무수한 질서와 관계 속 존재하는 삶의 의미 권수연·박한빛·조선아·한아름 작가 참여…내달 24일까지 주안미술관 기획전 ‘재생 Re:play’ 최명진 기자

2024년 08월 21일(수) 19:47

조선아作 ‘소란한 밤을 지나’(좌), 한아름作 ‘network13’

일상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패턴과 운율을 고유한 미감으로 풀어낸 전시가 펼쳐진다.

주안미술관은 다음달 24일까지 한 달간 2024 기획전 작업라운지 ‘재생 Re:play’를 연다.

‘작업라운지’는 올해 네 번째를 맞은 주안미술관 기획전시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예술을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저마다의 미학적 방식으로 빚어낸 세상을 통해 명상의 순간을 선사하는 4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수연作 ‘Untitled’ (좌).박한빛作 ‘put distance 1’

먼저 권수연 작가는 ‘의자’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펼친다. 집단 속에서 사회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과 의자를 동일시하며 자신만의 사유와 일상의 순환을 담아낸다. 평범한 외연 이면에 각자 품고 있는 내면의 다름을 수용하며 보통의 삶 혹은 소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했다.

박한빛 작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 상태와 현상을 조형요소로 여긴다.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생각을 향초로 태우거나 배접하며 자신을 감추고 지움을 반복한다. 한지에 끊임없이 덧칠로 중첩된 색과 선의 반복은 한국의 단색화적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Put distance’ 시리즈와 ‘공백’ 시리즈는 디지털 소비시대에 가치절하된 수작업의 수행적 방식을 고수하며 장인정신의 가치와 삶의 서사를 현대인들에게 보여준다.

조선아 작가는 자연이 선사하는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질서의 의미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을 다룬다. 어제와 오늘의 하늘이 절대 같을 수 없음을 서정적 색채로 드러내며, 항상 같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순환이 주는 반복임을 자각하게 한다. 작가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시간’이라는 시선을 통해 바라보며, 그 흐름에 따라 떠오르는 감정과 느낌을 빛과 온도에 의해 시시각각 바뀌는 색채들로 선보인다.

한아름 작가의 ‘네트워크’ 시리즈는 인간관계 속 일어나는 소통과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작업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면서 다양한 집단을 만들거나 때로는 분리되는 인간의 모습을 여러 형태의 조각과 선의 조형을 통해 구축한다. 작가는 복잡하면서도 도회적인 패턴을 통해 사회적 관계의 모습을 이미지화한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자신과 집단의 복잡한 관계 또는 다양한 집단이 모여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성찰하게 된다.

송진주 주안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네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통찰하며 사유한 내면의 메시지를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일상에서 무심하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며 지나치는 무수한 질서와 관계를 풀어낸 작업을 통해 사고와 관점의 확장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