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 지어봤자 손해” 쌀값 폭락 대책 없나 15일 기준 80㎏ 한가마 17만7천원…수확기 比 18%↓ 양시원 기자 |
| 2024년 08월 25일(일) 20:11 |
|
|
본격적인 쌀 수확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바닥 없이 곤두박질치는 쌀 값으로 인해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곡(2023년산) 재고가 넘치는 상황에서 소진 대책 없이는 추석 전후로 수확되는 햅쌀마저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농민들은 논까지 갈아엎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통계청 산지 쌀값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쌀 산지 가격은 가마(80㎏)당 17만7천74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9만4천364원)보다 8.5%, 수확기였던 지난해 10월(21만7천552원)과 비교하면 18.2%나 폭락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안정적인 벼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쌀 한 가마 가격 20만원 수준을 약속했다. 하지만 수확기였던 10월(21만7천552원), 11월(20만1천384원) 고작 2개월 20만원대를 유지했을 뿐이다. 지난달엔 18만원 선까지 무너지는 등 10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곡 수확기를 앞둔 7-9월은 통상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가격이 하락하는 이른바 ‘역계절 진폭’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햅쌀 가격 폭락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쌀 가격 하락은 소비량 감소, 수입 쌀, 재고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다. 하루 소비량은 154.5g으로 즉석밥 1개에도 못 미쳤다. 우리나라는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매년 연간 40만8천700t의 고정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전남 농협의 2023년산 쌀 재고량은 9만7천500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2만9천t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햅쌀이 나오면 구곡은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 농협이 손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역농협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확기 40㎏당 최대 7만원 선에 사들였던 쌀을 가격 하락 속 최근 5만원 대에 판매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재고를 이유로 농협 등 RPC에서의 수매량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곡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햅쌀이 나올 경우 제 값 받기가 녹록지 않아 가격이 이대로 유지되면 농가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10-12월 평균 가격으로 공공비축 수매 가격을 결정한다.
연중 쌀 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2년 한 가마 당 15만7천284원까지 떨어졌던 쌀값 대폭락 사태가 2년 만에 재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농협과 지자체 등이 아침밥 먹기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 촉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산지 쌀 시장의 물량 부담을 해소해 구곡 시장과 신곡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가격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영광군 대마면에서 광주·전남 농민들이 정부에 적극적인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수확을 앞둔 500평 규모의 논을 갈아엎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는 성명를 통해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총 5차례에 걸쳐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쌀값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 격리 20만t, 쌀 수입 중단 등 쌀값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