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체증 피해가던 샛길에 펜스…시민들 불편 광주 서광주역 인근 ‘농로’에 설치…소유주 “무허가 포장 피해” 출·퇴근길 종합유통단지 사거리 상황 악화…區 “해결책 고심” 주성학 기자

2024년 08월 26일(월) 20:08

광주 서구 매월동 한 농로 한가운데에 최근 펜스가 설치돼 이곳을 이용하던 차량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6일 오전 한 차량이 해당 길을 지나려다 펜스에 막혀 후진하고 있는 모습./주성학 기자

출·퇴근 시간대 ‘지름길’로 애용되던 광주 서구 매월동 한 농로에 최근 펜스가 설치돼 이용자들이 통행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농로는 만성 교통 체증 구역인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종합유통단지 사거리를 지나는 차들이 이곳으로 우회하면서 ‘정체 완화’ 효과가 있었으나, ‘샛길’이 사라지면서 교통 체증이 더욱 심화돼 해결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26일 오전 찾은 서구 매월동 333-1번지는 서광주역 뒤를 지나 매월동으로 향하는 전평길과 연결된 농로로, 한가운데에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펜스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성명불상자가 소유자 승인 없이 불법으로 포장해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형질변경을 해 부득이하게 폐쇄했다. 양해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때문에 이곳을 지나가려던 차량들은 다시 차를 돌려 나가야만 했다.

김모(40대)씨는 “출·퇴근길에 종합유통단지 사거리가 너무 막혀 이곳으로 다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펜스가 설치되더니 길이 막혀 버렸다”며 “현수막 내용을 보니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용하던 길을 못 다니게 돼 불편함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 이날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종합유통단지 사거리를 지나던 운전자들은 평소보다 교통 체증이 심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상황은 관할 행정기관도 인지하고 있으나, 펜스로 가로막힌 농로가 사유지인 탓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 농로가 포함된 매월동 333-1번지는 지난 1991년 6월부터 A 문중의 소유로 확인됐다.

A 문중은 “지역 주민들이 농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줄곧 개방해 왔으나, 지난해 말 신원 미상자가 허가도 없이 도로 포장을 했다”며 “이후 인근 맹지를 매입하는 사람까지 나타나 추가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펜스 설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A 문중은 “일부 주민들이 통행을 의도적으로 가로막기 위한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소유주 입장에선 부득이한 결정”이라며 “차량 이동은 제한되지만, 펜스 사이에 공간을 둬 보행은 가능하도록 조치했으니 양해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 문중의 펜스 설치로 샛길이 사라지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서 행정 당국이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옥수 광주 서구의회 의원은 “펜스 설치 후 주민들의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며 “교통 완화 효과를 보여줬던 곳이 사라진 만큼 구청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현장을 살펴본 결과 도로에 해당되는 곳이 아니라 교통방해죄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나 해결책을 찾기 위해 A 문중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근 자동차 매매 단지에 국유지 도로가 있는데, 이곳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