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인의 앙트러프러너십 / 신춘우 |
| 2024년 08월 27일(화)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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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네덜란드에서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고 했는데, 17세기 네덜란드가 동인도 회사(東印度 會社·East India Company, EIC)를 설립하면서 영국과 식민지 문제로 서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때 영국인들이 네덜란드 상인들의 독특한 지불 방식을 비하하기 위해 트리트(treat)를 페이(pay)로 바꾸어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이러한 비용 배분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취급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네덜란드 상인들만의 매우 독특한 배분방식으로 인식됐던 것 같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상선(商船) 선원들이 항해 중 화재위험 때문에 목재로 제작된 배에서 불을 피울 수 없어 냉수로 커피를 우려내는 방법에서 더치 커피(Dutch coffee)가 유래됐다고 한다. 물론 더치 커피라는 표현은 17세기 일본이 네덜란드와 교역을 시작하면서 사용하게 된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네덜란드가 세계 경제에 끼친 중요한 사건은 바로 동인도 회사의 설립이다. 당시 유럽의 강대국들은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동인도 회사를 설립했는데 1600년 영국이 처음 설립했으며, 이후 1602년 네덜란드가 설립하게 된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영국에 비해 2년 늦게 설립됐지만,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로 벤처 캐피탈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의 형태로 설립됐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주식 발행, 유한책임, 법인격 부여 등 현대적인 주식회사의 주요 특징을 갖춘 최초의 회사였다.
또한 네덜란드는 1609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는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네덜란드의 혁신적 사고를 통해 네덜란드의 금융업은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역사적 기원은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축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ECB)의 초대 총재가 네덜란드 출신의 빔 다위센베르흐(Willem Frederik Duisenberg)였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는다.
당시 네덜란드는 남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북미에 뉴암스테르담을 세웠으며, 이후 뉴암스테르담이 뉴욕으로 도시명이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 상인인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과 인연이 있다. 하멜은 1653년부터 1666년까지 조선에서 살면서 이를 바탕으로 ‘하멜 표류기’를 집필했다.
그의 고향은 네덜란드 호린험(Gorinchem)으로 1650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 입사한 후, 1653년 상선 스페르버르(Sperwer)호의 회계담당자로 선발되어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제주도 부근에서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서 정착하게 된다.
이후 하멜이 조선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 전남으로 1663년부터 1666년까지 4년간 여수 전라좌수영과 강진 등에 억류되어 있다가 1666년 9월에 일본으로 탈출하여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갔다고 한다.
또한 하멜보다 약 30년 전인 인조(仁祖) 때에 제주도에 표류해 조선에 최초로 정착한 유럽인인 박연(朴延)도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박연 역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의 선원으로 본명은 얀 얀서 더벨테브레이(Jan Janse de Weltevree)로 귀화 후 하사받은 조선 이름이 박연이다.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설립,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거래소 설립, 대항해 시대적 배경에 의해 파생된 더치 페이와, 더치 커피의 문화 등 당시 네덜란드인의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재조명해 보았으면 한다.
필자는 앙트러프러너십을 실패의 위험이 예견되지만 기존의 관행을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은 회사와 같은 영리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 학교, 의료기관, 사회적 기업과 같은 비영리분야 등 모든 조직에서 필수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