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예견된 재앙 / 손세정 |
| 2024년 08월 27일(화)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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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라니,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성한 신조어다. 운전을 하다가 또는 길을 걷다가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찔한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그런 표현이 그리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운전자들에게 전동킥보드는 난데없이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고라니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연일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가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광주에서는 전동킥보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전역을 앞두고 말년 휴가를 나온 20대 군인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버스와 충돌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전동킥보드에는 2명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광주 광산구의 한 교차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던 20대 남성이 시내버스 측면에 부딪쳐 사망하면서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상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로 분류된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교통수단인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것으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대표하는 전동킥보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깝지만 걷기엔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에서 차량과 도보 이동 사이의 대체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른바 ‘라스트 마일’을 해결해 대중교통까지의 접근성을 보완하는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공유서비스 확산과 함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저렴한 비용과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 이면에는 ‘위험’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극명하게 존재한다. 2017년 117건에 불과했던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는 지난해 2천389건으로 무려 20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사망자는 4명에서 24명으로 늘었다. 사실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과 사고에 대한 우려는 첫 등장에서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이후 여러 차례 법 개정을 통해 면허 소지 의무 및 안전 관련 처벌규정까지 마련됐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는 대부분 바퀴가 작고 탑승 시 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고, 탑승자의 신체가 도로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 시, 부상자의 절반가량이 얼굴 피부의 열상과 같은 두개 안면부 외상을 입었고, 뇌진탕, 치아손상 등의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동킥보드 탑승 시에는 면허소지, 안전모 착용, 2인 이상 동승 금지, 음주운전 금지 등의 안전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는 결국 나 자신의 안전과 직결돼있음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교통환경속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란 시대를 불문하고 지켜야 할 절대불변의 고귀한 가치이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무지에서 비롯된 오류의 반복은 결국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바라건대 도로의 안전(安全)과 안녕(安寧)을 위해 모든 이용자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