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단지 등 전기차 안전대책 미흡하다는데

2024년 08월 29일(목) 19:39

최근 3년간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0여 건으로 소방 당국도 경각심을 갖고 있다. 미미한 숫자라고 볼 수도 있으나 진화가 쉽지 않은 특성 때문이고,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서다. 경기도 인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차량 화재 이후 지역에서도 소방시설 확보 등 대책을 서두르지만 민간 영역의 경우 적잖은 비용 등으로 인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청사 지하에 있던 충전 시설의 사용을 모두 중단하고 지상 이전을 추진하는 반면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질식 소화 덮개 등 전문 장비는 고사하고 기본이라 할 소화기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전기차 충전 시설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 50면 이상의 주차면을 갖춘 시설의 소유자와 관리자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친환경차법은 물론 소방법 등에도 전기차 충전기 주변에 소화 장비를 두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관련 법 미비로 광주시내 아파트 등 전기차 충전 시설 대부분 소화기 하나 없는 현실이다. 전기차 화재는 전기 공급이 차단된 후에도 배터리 내부에서 자연 연소가 계속돼 일반 차량보다 진화가 어렵다. 산소를 차단하는 등 신속한 초동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처지다.

주민들은 지상화 추진 보다는 소화기 등 소방용품 비치를 서둘러 주길 바란다. 노후된 구축 아파트도 그렇지만 신축의 경우도 고층화가 뚜렷한 만큼 화재 시 인명과 재산 피해 규모가 얼마든 커질 수 있다. 충전기 뿐 아니라 주차 시설까지 진압 설비를 의무화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특히 법률 시행 이전의 대상까지 소급 적용해야 하고,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인천과 같은 대형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 못한다. 방심하는 순간 재해는 발생한다. 안전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