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주제로 바라본 우리 민속의 속살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조사 보고서 4권 발간 복식·의식에서의 상장례 현대화 이야기부터 월출산 인근 전통 제다민속 역사적 배경까지 최명진 기자

2024년 09월 01일(일) 18:26

떡차 제다. 떡차를 만들기 위해 훈증 방식으로 살청(殺靑)하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상주의 검은색 양복과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육개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빈티지와 레트로의 시대, 수리와 복원 기술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리나라 차문화 역사는 어떨까. 미역마을 사람들의 삶과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국립민속박물관이 다양한 민속 연구자료 구축을 위한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 4권을 최근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연구자 6명이 1년여간 현장을 조사한 결과물이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지만 일상성으로 인해 주목하지 않았던 주제를 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연구자들이 현장에 머물면서 민속문화의 본모습을 탐구하고 오늘날에 이르는 변화와 전승 과정까지 살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

먼저 강정원·남궁민의 ‘수도권 상장례의 현대화와 복식·음식 민속지’다. 해당 보고서는 물질민속문화로서 상장례의 복식과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서는 시대별 법령과 예서를 분석해 옛 상장례 절차와 간소화된 현대의 상장례 절차를 비교했다. 또 가정의례준칙과 장례식장, 상조회사의 등장 이후 급격히 변화된 상장례 복식과 음식을 변화의 양상이 크게 드러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시대별 상장례 복식과 음식의 변화 과정을 조사하여 오늘날 표준화된 상장례 의복과 음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다음은 전미영 연구자의 ‘고치는 사람들의 기술과 근현대 소장품의 복원’ 보고서다. 오래 쓸 수 있지만 망가지기 쉬운 가구·신발·악기를 고치는 사람들 이야기와 기계, 전기·전자의 원리로 움직이는 사물이 고장 났을 때 이를 복원하는 사람들의 기술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고 복원하는 기술의 반복적 활용으로 수리 지식과 기능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고치는 사람들이 모여 생겨났던 가구거리, 악기 상가와 구두 골목의 자취도 돌아봤다. 빈티지와 레트로 시대, 사물의 수리와 복원이 현대적 기술과 결합해 하나의 문화가 돼 가고 있음을 조명한다.

세 번째 보고서는 최원오·이현정의 ‘월출산 주변 전통 제다민속의 역사성’이다. 우리나라 차문화는 삼국시대부터 1천300년여간 이어져 왔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 상표로 알려진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에 주목한다. 우리 차문화와 고유한 정신이 유린당할 위기에 놓였던 일제강점기에도 이한영(1868-1956)은 백운옥판차를 만들어 우리 차문화를 계승하고 차 재배와 제다법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 제다문화의 역사적 배경과 차 재배 자연 환경을 살펴보고 백운옥판차의 특징과 전승 과정을 분석했다. 또한 조선시대 차문화의 흐름과 강진으로 유배왔던 정약용과 교류했던 이한영 가(家)와 월남마을 차 재배를 바탕으로 차문화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함께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경숙 연구자의 ‘부산 동남해역 미역마을의 미역 채취와 민속문화’다. 기장미역은 쫄깃한 맛과 특유의 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는 기장미역을 채취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삶과 어로문화를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 조사자는 미역마을 사람들과 매일 같이하며 미역 채취 습속과 일상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일상을 바탕으로 어로문화의 변화, 전승 과정과 지역적 특징을 살폈다. 풍어제와 같은 의례와 미역채취 속신, 미역채취 노동요 같은 구비문학은 물론 미역마을 사람들이 즐겨먹는 독특한 음식문화까지 다양한 민속문화를 함께 담고 있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원문을 내려받아 읽어볼 수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