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동강난 광복절 / 김일태 |
| 2024년 09월 02일(월)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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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아직도 일제 잔재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어서 초래된 것이다. 대한매일신보(1910년 6월22일자)의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에서 유래한 토착왜구는 일본을 흠모해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친일파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 역사학과 경제학 중심으로 실증적 방법을 통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있는 친일 반민족적 이념의 뉴라이트(신우익) 사관이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의 문헌자료를 이용해 계량적 방법론으로 일본의 철도, 항만시설, 농업 관개시설 및 법과 제도 체계의 도입 등의 원인(설명변수)으로 한국이 근대화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경제이론에 합당하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일제 강점기에서는 원인과 결과 간에 양(+)의 상관관계(correlation)일 뿐이지 인과관계(causality)의 이치에 맞지 않다. 이것은 식민지 지배에서 이런 원인(특정행위)들이 식민지 물자 강탈과 대륙 침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유발(cause)시킴으로써 식민지 근대화가 아니라 수탈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서 적국의 점령이나 지배에서 잔재를 청산했던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남부 지역을 통치한 페탱 원수의 비시정권(1940-1944)은 독일 나치에 항복하고 괴뢰정권으로 부역했던 반면에 영국에 망명한 드골의 자유 프랑스와 국내의 레지스탕스는 나치에 저항했다. 종전 후에 프랑스는 임시정부를 통해서 특별 법정을 설치해 공소 시효 없이 불과 4년의 비시정부와 나치에 부역했던 수만 명을 기소했고 대략 1만 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한 비시정부의 국가수반 필리프 페탱(사형 감면으로 옥중 사망)과 총리 피에르 라발(사형)을 비롯해 정치인, 공무원, 경찰, 언론인, 심지어 여성도 단호하게 처벌했다. 그럼에도 오랜 앙숙지간의 프랑스와 독일은 나폴레옹 전쟁, 보불전쟁, 1차, 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책임을 지고 미래 세대를 위해 ‘함께 쓴 역사교과서’를 공동으로 저술했다.
그러나 일본 패망 이후 한국의 일제 잔재 청산은 패전국 일본을 분할 통치하는 대신에 식민지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과 소련이 분할 통치함으로써 기회가 박탈당했다. 맥아더 사령부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1천100만 명(도쿄신문, 2005년 8월7일자)의 목숨을 앗아간 책임이 일본 군국주의 표상 히로히토 천왕에게 있었고 미 의회의 쇼와천황 전범결의안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소하지 못했다. 맥아더 사령부는 사회주의 세력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고작 A급 전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강경 군부 세력 7명만을 처형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했고 전략적 협상으로 천황제를 유지하는 대가로 평화헌법과 미군을 주둔시키도록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1943년 미·영·중화민국 연합국 수뇌들이 카이로에서 모여 “3대 강국은 한국민의 노예상태를 유념하여 적절한 때(in due course)에 한국이 자유롭고 독립적이 될 것을 결의한다”에서 “적절한 때”의 해석이 엇갈리지만 카이로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동이다. 해방 후 한국에서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으로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려고 했지만 이승만정부와 친일 반민족적 세력에 의해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1951년 법이 폐지돼 일제 잔재의 청산은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독립을 위한 순국선열(殉國先烈)의 희생으로 찾은 광복, 역사를 잊으면 굴욕은 반복된다. 이제 한국 사회는 역사로부터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드러낸 야욕을 잊지 말고 친일 반민족적 잔재를 과감하게 청산함으로써 민족의 이름으로 일본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수 있으며 미래지향의 선린우호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