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호남 공직사회의 차이 / 김미남 |
| 2024년 09월 02일(월)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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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남 출신에 대해 학맥과 지연으로 묶여 결속력이 강하다는 말을 한다. 정치권과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보는 대체적인 평가도 그렇다. 특히 중앙 정부 내 공무원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지역의 지방 정부에서 중앙 정부를 상대로 추진하는 핵심 사안도 타 시·도에 비해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잘한다고 하는 평가다. 오랜 집권 세력으로 형성된 인맥과 차곡차곡 쌓아온 훈련된 업무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례를 하나 들어보고자 한다. 전남 동부권이 고향인 모 언론인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부산 지역 언론에 입사 후 종사해 왔다. 사회생활과 사업을 하던 중 굴곡이 있을 때면 주변에서 절실한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도움을 준 이유는 특별할 것도 없는 딱 하나다. 같은 지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동지 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평생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호남은 어떠한가? 상대적으로 중앙 정치권과 정부 내에도 포진된 호남 출신 인맥은 물론 요직에도 많지 않다. 공직 사회 내에서도 호남 출신 향우 간 서로 결속력이 강하다거나 끈끈하다는 평가를 들어본 바는 없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중앙 정부를 상대로 추진하는 핵심 사안들도 어려운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호남 인맥이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럴 때면 공적 행정의 영역에서 풀어내려고 하는 것보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대통령실(이전, 청와대)에 집중하거나 얽매이는 경향이 강했다.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당연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선택과 방법을 우선시하다 보면 지방 정부와 공무원들의 업무역량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호남은 중앙 정치력에서도 밀린다고 한다. 현재 여·야를 포함해 호남지역 내 내로라할만한 힘 있는 유력 정치인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여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권도 과거와는 달리 이젠 영남 출신이 주 측 세력이 됐다.
최근 8월에는 민주당 당대표를 포함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있었다. 호남에서는 전북의 이성윤 의원과 광주의 민형배 의원이 출마를 했으나 이번에도 지도부 입성에는 실패했다. 최근 10년간 민주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호남 정치의 위상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앙 정부의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방 정부에서도 매우 곤혹스럽다. 그렇다! 매년 예산 확보 계절이 돌아오면 가장 절실한 도움 중 하나가 국회 권력이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과 역량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방 정부의 고시 출신 간부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지방 공직사회에서는 고시 출신을 빗대어 국장이 직업이라는 비아냥의 말이 나온다. 3급(부이사관) 승진 이후 장기간 국장으로 재직하게 되면서 생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부와의 인사 교류에는 회의적이며 지방에 그대로 안주하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되고 있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도 쉽사리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비단, 고시 출신 간부들의 개인 성향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 출신 공무원들의 중앙 정부 근무에 따른 기피 이유를 찾아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와 인사 시스템 개선으로 그만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이들에게 중앙 정부의 근무 경험은 지방 정부의 행정력을 향상하고, 상호 간 이해와 소통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지방 정부 고시 출신 간부의 인사 제도와 시스템은 반드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