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완전함 속 피어나는 아름다움, ‘관계’의 깊이 담아냈죠” <1> 설상호 작가 최명진 기자 |
| 2024년 09월 03일(화)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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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항상 완벽할 수 없어요. 형태나 과정 등 모든 것이 불완전한 상태죠. 하지만 이조차도 품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길 바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수많은 관계 속 인간 삶의 깊이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난달 26일 서구 작업실에서 만난 설상호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제 작업은 미학 개념인 ‘와비사비(Wabi-Sabi)’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이 철학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관계’ 연작입니다. 이는 인간관계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들과 닮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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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주제로 오랜 시간 기법적인 시도를 거듭해온 작가는 거친 질감의 황마를 캔버스 삼아 수채물감과 다양한 재료를 수없이 쌓아 올리는 작업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사포질을 해 갈아내고 다림질해가며 만들어낸 원단을 바탕으로 한땀 한땀 수를 놓듯 ‘막사발’ 위에 물감을 얹혀낸다.
“작가가 얼만큼의 애정을 갖느냐에 따라 작품이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황마’는 무언가를 그려내기에 거칠고 어려운 원단이지만, 나름의 노력과 손길에 따라 그 무엇보다 고급스러운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막사발은 완벽한 대칭이나 균형을 이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특유의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운 멋이 돋보인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 보이고, 가마 안에 들어가 뒤틀리고 형태가 변하며 변색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정형성’은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발생하는 변화와 소멸, 그리고 과정 속 남겨진 흔적들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삶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여러 번의 만남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질 때 비로소 관계가 형성될 수 있듯이 제 작품 또한 일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그마한 삶들 하나하나가 모여 제 손에서 묻어나고 연결되고 이야기가 되는 셈이죠.”
숱한 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공들인 작업이기에 그의 회화 작품은 입체감이 살아 숨 쉬는 도자기를 그대로 붙여 놓은 듯하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수많은 ‘관계’ 속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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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가는 귀금속 세공 도구를 활용해 물감을 파내는 작업이나 3D 펜을 활용한 작업 등 재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적용 중이다.
“다양한 생각과 방법이 결국은 작품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생각해요. 생소한 기법을 사용할 때면 뭐든 전문가를 통해 배우려 하고요. 어떤 재료들이 어떻게 작품에 응용될지 늘 생각하는 거죠. 질문하는 데 인색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방식의 시도로 관객들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업을 펼쳐오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입체적으로 확장해가는 제 ‘관계’에 대한 작업을 시각·촉각적으로도 나타내고 싶습니다. 평면이 아닌 공간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을요. 특히 제 작품은 70% 이상이 여백이기에 관계에 대한 성찰이나 마음에 대한 여유 등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마치 거울처럼 제 그림을 바라보며 관객들이 스스로와 대화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