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기 피습’ 당한 간암 환자 사망 두고 법정 공방 檢, ‘김밥·콜라 살인사건’ 예시로 ‘살인’ 주장 안재영 기자 |
| 2024년 09월 08일(일) 19:51 |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은 60대가 지병 치료 중 사망한 것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법정에서 맞섰다.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한 검찰은 ‘김밥·콜라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판례를 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변호인은 지병 악화로 인한 사망이라고 반박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9)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하고 재판부에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 등을 요청했다.
A씨는 지난 5월6일 영광군 영광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과일을 팔던 노점상 B(60대)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약을 먹지 않아 조현병 증상이 악화한 A씨는 일면식 없는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자상을 입은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은 보전했지만, 4기 간암이 악화하면서 지난 6월30일 사망했다.
검찰은 B씨가 자상 등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보며 ‘살인미수’ 대신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했다.
주장에 대한 근거로 검찰은 유명 판례인 ‘김밥·콜라 살인사건’을 들었다.
‘김밥·콜라 살인사건’은 1993년 전북 전주시에서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 치료 중인 피해자가 입원 중 김밥과 콜라를 먹고 사망한 사건이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살인의 실행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치료 중 김밥·콜라를 먹어 증상이 악화해 숨졌지만, 흉기 피습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 살인죄를 인정했다.
당일 법정에 출석한 B씨의 아내도 “남편이 항암 치료에 차도를 보이고 있었는데, 자상을 입은 후 병세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이미 간암으로 치료받고 있었고, 증상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피고인의 범행이 원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8일 진행될 예정이다./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