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형 만원주택’ 첫 걸음 내디딘 1년 / 곽춘섭 |
| 2024년 09월 09일(월)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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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 ‘만원주택’ 발표 이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주거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인천광역시의 하루 임대료가 1천원인 ‘천원주택’, 서울특별시의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반값 전세’, 태백시의 월 임대료가 1만원인 ‘만원주택’ 등이 그 예다. 전남도의 ‘만원주택’ 모델이 전국적인 정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 문제와 출산율 저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는 4.5명으로 전년 대비 0.4명 감소했다. 이러한 심각한 출산율 저하는 경제적 요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기 한 몸 건사하는 것도 힘든 청년에게 결혼하고 아이까지 키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거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주거 안정 없이는 출산율 회복이 어렵다는 점은 명백하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이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정책이다. 전남도는 주거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택 문제는 단순히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역소멸과 인구 감소 문제를 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남도의 정책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인구 정책의 본질을 꿰뚫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혜안이 돋보인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는 달리 넓은 면적의 아파트를 신축해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주거뿐 아니라 양육과 여가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주택 공급의 양적 확대 뿐만 아니라 주거의 질적 개선을 중시한 것이다. 청년층은 60㎡(24평형) 규모의 주택에서 최장 6년, 신혼부부는 84㎡(34평형) 공간에서 최장 10년의 거주기간을 보장한다. 상징적인 금액인 월 1만원의 임대료로 제공되는 만원주택은 단순히 저렴함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3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감소 시대의 국민이 바라보는 지방소멸과 대응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은 지방소멸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9점 만점에 7.39점).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주택 등 정주여건 개선(7.21점)을 꼽았다. 2순위는 복지, 문화 등 사회적 서비스 확대(7.13점), 3순위는 지역 특화 산업육성(6.92점)이라고 답했다. 이는 국민들이 지역소멸 대응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주거 환경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합계출산율을 보더라도 집값이 비싼 서울은 0.55명에 불과하다. 집값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남은 0.97명으로 전국 평균 0.72명보다도 높다. 이는 주거 안정이 출산율 상승의 필수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다. 전남형 만원주택과 같은 혁신적인 정책이 전국적으로 더 확산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난 1년 동안 전남도와 전남도의회는 만원주택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펼쳐왔다.
‘전남도 만원주택 지원 조례’를 제정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만원주택의 관리·운영을 위한 전담조직인 ‘전남도 주거복지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전남도 청년 주거안정 및 한옥 기금 설치 운영 조례’ 제정을 통해 680억원의 기금을 조성 중으로 고흥·보성·진도·신안 등 4개소의 만원주택 사업 후보지를 선정해 2026년 첫 입주를 목표로 전남개발공사와 협력하고 있다.
‘구우일모’(九牛一毛)는 많은 것 중에서 극히 작은 하나를 뜻한다. 전남형 만원주택이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작은 시작일 수는 있지만, 이 작은 시작이 전국적인 주거 정책 변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청년 세대가 안정적인 주거를 바탕으로 결혼과 출산을 다시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주거 문제와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으로 첫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전남도의 만원주택은 지역소멸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선도적인 사례로 앞으로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처럼, 작은 시작이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