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품어내는 포용과 공감…‘그들은 우리가 된다’ 이매리 특별초대전…내달 6일까지 예술공간집 3개 섹션 구성…회화·사운드 설치 등 20여점 선봬 ‘고려인 마을’ 모티브로 전 인류 이주사 시각적 확장 최명진 기자

2024년 09월 09일(월) 18:19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 (시뮬레이션)’

‘그들은 우리가 된다.’ 유발 하라리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는 ‘그들’에서 ‘우리’로 향하는 작가의 시선을 포괄적으로 대변한다.

인류 그리고 자신의 근원에 관한 미술적 탐구를 지속해온 이매리 작가 특별기획초대전 ‘그들은 우리가 된다’가 다음달 6일까지 예술공간집에서 펼쳐진다.

광주를 터전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는 이 작가의 이번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개막 기간에 맞춰 마련됐다. 광주에서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광주는 삶의 터전이자 작품 활동의 기반이 된 곳이다. 이러한 광주에 형성된 큰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고려인 마을’은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

행정구역상 광산구 월곡2동에 자리한 ‘고려인마을’은 2004년부터 소수의 고려인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가족과 친족 및 지인들이 연쇄 이주하며 7천여명이 군집했고, 현재는 고려인 민족 집거지로 변모했다.

이는 광주 안에 존재하는 가장 국제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고려인마을에는 ‘역사 마을 관광’, ‘동포’, ‘광복’, ‘독립운동, ‘우크라이나 난민’, ‘세계 고려인 연합’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다.

이들의 현재의 삶과 이주의 역사는 작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민족적 개념 아래 고려인들의 이주사를 살펴보며 전 인류의 이주사가 작가에게 확장돼 다가온 것.

이는 지난 수년 간 작가가 천착해온 주제인 ‘시배달’ 시리즈의 확장적 작업으로 이어졌다.

‘Poetry Delivery _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이번에 선보이는 20여점은 작품의 주 방향이었던 인류학적·사회학적 시각을 더욱 깊이 탐구해 간 결과물이다. 고려인의 이주사에서 비롯된 인류의 이주사와 전쟁사가 엮어 낸 역사의 서사는 새로운 시선과 맥락을 형성한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02’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나뉜다.

먼저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작품이다. 고려인 마을에 송출 중인 ‘GBS고려방송’을 활용한 복합 매체 설치 작업으로 회화작품과 함께 사운드, 라디오편성표 등이 한 공간에 자리한다.

이민자들의 성공적인 이민 사회 편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송이 이미지와 사운드로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갈 예정이다.

두 번째 섹션은 ‘이민자의 물건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 몇 달 간 실제 이주민과 협력하며 작품 속 사물을 수집했다. 익

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기억의 장소를 추억하며, 현실의 낯섦을 해소했을 사물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애환을 다시금 살핀다. 예복, 시계, 수첩 등 한국에서의 사용 가치는 사라졌지만, 한 인간의 기억에 존재하는 소중한 사물을 다시 소환하며 그들의 삶의 역사를 다시 상기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대작인 ‘시대사적 사건들의 드로잉 Map’을 선보이는 섹션이다.

전시장의 가장 큰 벽면을 차지하는 드로잉 작품으로 시커먼 블랙의 거대한 캔버스 위에 이들의 이주역사를 시각화했다.

전쟁과 이주의 과정 등으로 얼룩진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자행되고 벌어진 굴곡진 시대사적 사건들에 대한 Map이 자연스레 드로잉 형식의 작품으로 생성됐다.

이민자들에 대한 개개인의 역사적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개인의 삶에 너무도 큰 영향을 준 전쟁사와 인류사적 사건들에 대한 ‘표기’와 ‘기록적 방식’이 돋보인다.

이매리 작가는 “광주 ‘고려인 마을’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지만, 그 안에 펼쳐진 인류사와 전쟁사, 이주사를 동시에 입체적으로 펼쳐내 보였다”며 “‘인류사’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시각예술로 보여주고자 한다. 내 작품들이 ‘그들’을 우리로 엮어내는 큰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