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에 ‘맨발로’…매뉴얼 없어 관리 부실 우려 지역 57곳…1곳당 조성 비용 1천100여만원-1억여원 황토 특성상 잦은 보수 필요…“행정적 근거 마련해야” 주성학 기자

2024년 09월 11일(수) 19:56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아이클릭아트

광주 각 기초지자체가 지역민들의 건강 증진 등을 위해 맨발로를 조성했지만,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매뉴얼이 없어 관리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주민들의 건강 및 삶의 질 향상, 관광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관내 곳곳에 맨발로를 조성했거나 추진 중이다.

서구가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2022년 12월부터 금호1동, 금호2동, 농성1·2동 등 14개 동에 걸쳐 사업비 총 14억700만원을 들여 맨발로 18개를 설치했다. 각 맨발로는 최소 20m에서 최대 3.4㎞까지 다양하며 맨발로 1개당 조성 비용은 평균 약 7천816만원이 들었다.

북구와 광산구도 지난해 9월부터 맨발로를 추진해 각각 8개, 22개를 마련했다.

북구는 오룡동, 매곡동, 문흥동 등 6개 동에 최소 50m에서 최대 1.2㎞ 길이의 맨발로를 조성했다.

총 사업비는 3억6천400만원으로, 맨발로 1개당 평균 4천500여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광산구는 수완동, 첨단2동, 신창동 등 12개 동에 2억5천700만원을 들여 50m-3㎞ 길이의 다양한 맨발로를 만들었다. 맨발로 1개당 조성 비용은 평균 1천168만원으로 집계됐다.

남구는 지난해 12월부터 3억1천만원을 들여 봉선2동, 행암동, 효덕동 등 4개 동에 110m에서 1㎞에 이르는 맨발로 6개를 설치했다. 맨발로 1개당 평균 약 5천166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동구는 올해 2월부터 산수동, 지원2동, 서남동 등 3개 동에 110-140m 길이의 맨발로 3개를 조성했다. 사업비 총 3억2천300만원이 소요돼 맨발로 1개당 평균 약 1억766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문제는 맨발로에 깔린 황토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한꺼번에 많은 비가 유입되거나 자주 내릴 시 유실되고, 건조한 날씨 속에선 메말라 걷기에 적합하지 않는 상태가 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나 광주 5개 자치구 중 서구를 제외하곤 모두 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이 탓에 자치구 대부분 맨발로 관리 업무를 맡는 직원이 비정기적으로 또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을 점검, 복구에 나서는데 일회성 정비에 그쳐 이용자들 사이에서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산구 수완동에 사는 이모(58·여)씨는 “지난해 맨발 걷기 붐이 일면서 맨발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비가 내린 뒤나 무더울 때 가면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다”며 “기껏 조성한 맨발로를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대표는 “지자체가 유행에 따라 선점적·경쟁적으로 맨발로를 조성하기에 앞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실제 주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는 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남구의회는 전날 제306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은봉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걷기 좋은 길’ 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맨발로 이용자의 안전대책 마련 관련 조항 신설, 안전 관리 등에 관한 사항 등이 담겨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