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VI) - 베토벤에게 헌정된 빈 분리파의 종합 예술 / 강동완 |
| 2024년 09월 22일(일)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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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여행이다. 삶 자체가 긴 여행이기도 하지만 새로움을 얻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 필자 역시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지를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긍정적 체험을 하게 된다.
필자는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좋아한다. 그 교향곡은 22세의 베토벤이 실러의 시 ‘환희에 붙임’ 에 감동해 작곡하려고 마음먹은 후 30년이 지나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인류의 문화제 급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은 그의 사상을 담은 마지막 걸작이다. 제4악장은 독창 및 합창과 함께 연주되고 그 주제는 ‘환희의 송가’이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가 이러한 베토벤의 철학과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난 1월에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면서 19세기 말 새로운 예술 운동을 상징하는 건물인 제체시온(Sezession: 분리)에 대해 놀라운 경험을 가진 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체시온 건물 자체가 주변 건물에 비해 작지만 4개의 탑으로 둘러싸인 황금빛 월계수 잎과 열매를 본떠 만든 돔의 모습이었다. 특히 전시관 정면 외벽에 금박으로 새겨진 ‘Der Zeit ihre Kunst, der Kunst ihre Freiheit: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실 이 건물은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겠다는 빈 분리파의 전시를 주도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스케치와 건축가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ph Maria Olbrich, 1867-1908)에 의해 설계돼 1898년 개관된 건물이다.
1902년 14회 전시회에는 빈이 낳은 시대의 악성 베토벤에게 건축, 회화, 조각, 음악이 헌정되었다. 메인홀에는 막스 클링거(Max Klinger, 1857-1920)가 베토벤의 동상을 전시했다. 클림트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재해석해 제체시온의 지하 3면 상단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34m 길이의 <베토벤 프리즈 Beethoven Frieze>에 ‘행복의 열망, 적대하는 힘, 온 세계에 보내는 입맞춤’으로 인간의 염원과 환희를 작품화했다. 개관식 때 관람객들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가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중 4악장을 들으면서 관람했다고 한다.
필자도 <베토벤 프리즈>를 보고 비치된 헤드폰으로 합창 교향곡 4악장을 들으면서 베토벤과 빈 분리파들의 철학을 그려보았다. 그 작품에는 질병, 광기, 죽음, 음란, 쾌락, 재물을 넘어 인간이 꿈꾸는 순수한 환희, 순수한 행복, 순수한 사랑이 담겨 있다.
인간만이 악보를 통해 노래를 배워 합창할 수 있다. 합창을 하거나 들으면 뇌 속에 쾌감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대량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을 느끼는 엔도르핀이 증가한다. 또한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망설임 없는 평화로운 감정과 유대감을 갖게 한다. 또한 합창 활동은 좌우의 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켜 학습 능력과 신체 저항력을 증가시키고, 산소흡입량이 순환기를 자극해 신체에 활력을 키운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노래는 청각 신경망과 체성감각 신경망 그리고 음성운동 제어망의 조정에 의해 생성된다. 뇌의 인술라의 참여 속에 전방 대상 피질, 수관주위 회색질의 자극, 일차 운동 피질에 의한 관련 조직의 운동으로 소리가 유도 된다. 노래에 참여하는 관련 조직은 후두를 열고 성대를 조절하는 신경계와 구강악안면을 중심으로 혀와 입술, 치아, 안면근육, 턱관절의 제어와 횡격막, 흉부 및 복부에 의해 호흡을 지원하는 근육 등의 복합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1998년 2월7일 나가도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6개국 일곱 곳에서 교향곡 ‘환희의 성가’가 인류의 염원을 담아 연주된 바 있다. 우리도 언제가 남북 평화통일이 되던 날 전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인류와 함께 들으며 합창할 수 있는 행복한 시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