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성화와 스웨덴 말뫼대학의 교훈 / 주정민

2024년 09월 24일(화) 19:31

주정민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며, 대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문약어인 라이스(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로도 불린다. 라이스(RISE)는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발전과 인력양성 모델을 제시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체계이다.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해 일천억 원씩 지원해주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라이스(RISE)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성공사례가 스웨덴 말뫼시와 말뫼대학이다. 작은 항구도시인 말뫼시는 1990년대 초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도시가 황폐해졌다. 전체 일자리의 25%가 줄었고,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아 시민들은 도시를 떠났다. 스웨덴 정부와 말뫼시는 시민들과 6개월간의 토론을 거쳐, 바이오, 정보기술(IT), 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대학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998년에 옛 조선소 부지에 말뫼대학을 설립했다.

말뫼시는 젊은이들이 대학에 와서 편하게 공부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는 대학에 약 2천 명이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대학은 북유럽의 젊은 학생들이 와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국제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 말뫼대학은 5개 학부에서 2만4천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단기간에 북유럽의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말뫼시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정주 여건을 개선했다. 노동집약적인 도시에서 친환경, 바이오, IT 산업 도시로 전환을 추구했다. 시가 운영하는 모든 시설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47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말뫼시를 연결하는 외레순(Øresundsbroen)교를 건설해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교통망도 구축했다.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말뫼시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했다.

말뫼시는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했다. 대학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옛 조선소 건물을 개조해 스타트업 기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창업지원 인큐베이팅 기관인 밍크(MINC), 미디어 이볼루션 시티(Media Evolution City), 메데온 사이언스 파크(Medeon Science Park) 등을 잇달아 개관해 창업자에게 기술과 교육, 자본을 제공했다. 그래서 말뫼시는 하루 평균 7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출현했고, 말뫼시 인구의 절반인 약 16만 명이 스타트업 기업에 종사하는 도시로 변했다.

말뫼시는 1990년대 초 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던 인구가 2023년 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말뫼시는 거주인구의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여서 유럽에서 가장 젊은 도시가 됐다. 젊은 인력이 모여있고, 창업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소통되는 도시 분위기 때문에 유럽의 주요 기업도 이전하고 있다. 딜로이트, KPMG, PWC 등 세계적 기업들이 북유럽 본사를 말뫼시로 이전했고, 자연스럽게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었다.

말뫼시의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대학을 통한 지역혁신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다. 지역도 젊은이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문화환경을 구축하고, 그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와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은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해야 한다. 단순히 재정과 정책지원에 그치지 말고,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이와 기업이 모여드는 지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