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경험 / 조영서

2024년 09월 25일(수) 19:50

조영서 주월초등학교 교사

쉬는 시간, 아이들이 왁자지껄 신나게 논다. ‘퍽-!’, ‘딱-!’ 큰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아이들이 딱지치기에 몰두하고 있다. 고작 색종이로 만든 딱지가 대포처럼 큰 소리를 내니 신기하다. 아이들은 색종이와 풀을 이용해 두껍고 단단하게, 견고한 딱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자신만의 딱지를 만드는 데 있어 창의력과 노력이 더해진다. 이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은 만들어진 딱지를 가지고, 어디를 얼마 만큼의 힘으로 치면 상대 딱지를 넘길 수 있을지 고심한다. 치고 나서는 결과를 보고 전략을 수정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화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단순한 놀이 같지만, 이 아이들은 지금 몰입의 기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몰입이란,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져 시간의 흐름을 잊고 높은 집중력과 몰두 상태를 유지하는 경험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적인 과제에 맞닥뜨리더라도 이를 즐기며 몰입한다. 상대 딱지를 넘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요소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소음이나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때로는 식사도 잊을 만큼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몰입의 상태에서는 평소에 떠오르지 않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

이러한 몰입 경험은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의 지시에 따라 혹은 외적 보상과 강화에 이끌려 학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몰입 상태에 있는 아이들은 그런 외부 요인이 없어도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스스로 배움의 동기를 찾는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아이들의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크게 신장시킨다. 몰입을 경험한 아이들은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열정과 동기를 갖게 된다. 이는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지며, 결국 그 분야에서의 성취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자신감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내가 해냈다’라는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학업,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몰입의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우선,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연관된 과제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야구나 게임 같은 관심사를 수학 문제와 연관시켜 해결하도록 하거나, 국어 시간의 토론 수업을 축구 경기에서 전략을 짜는 과정과 연결해보는 것이다. 또한 명확한 목표 설정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목표를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과제를 수행하면 몰입 상태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이때 큰 목표 대신 작은 단계로 나눠 제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다 읽는 대신 하루 20쪽씩 읽기로 목표를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꾸준한 몰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제공하는 것도 핵심이다. 너무 쉽거나 어려운 과제는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현재 능력보다 조금 더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해 도전 의식을 자극해야 한다. 각 아이의 능력에 맞게 과제를 개별적으로 맞춤 제공하고, 과제 수행 중에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 상태에서의 피드백은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받아들이고 즉시 수정하며 성과를 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훨씬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양질의 상태로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

이쯤에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몰입 경험이 꼭 학습이나 공부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양한 활동 속에서 쌓인 몰입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더욱 단단한 기반이 된다. 아이가 몰입하는 활동이 단순한 놀이일지라도, 그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몰입의 과정 자체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몰입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끌어줘야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50홈런 50도루를 훌쩍 넘어선 오타니 쇼헤이의 성공 뒤에는 단순한 신체 능력 뿐만 아니라, 몰입을 통해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있다. 그의 철저한 준비와 목표 설정, 그리고 과정을 즐기며 몰입하는 태도는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는 그의 비결이다. 우리 아이들도 몰입을 통해 자신의 열정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목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