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돼 기뻐요” ●전남 최초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 가보니 양시원 기자 |
| 2024년 09월 26일(목)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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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김진호(34)씨가 삐뚤빼뚤하지만 정성 들여 적은 이력서를 책상에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일반적인 면접장과 달리 정장 차림은 아니었지만 자리에 앉아 면접관을 응시하는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김씨는 목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다. 수년째 직업 지원 훈련을 받고 있을 만큼 일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했다.
간단한 직무부터 자기 소개까지 면접을 끝낸 뒤, 김선금 오아세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로부터 “잘하셨습니다.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듣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역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기회의 장인 ‘2024 전남도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가 26일 나주시 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렸다. 전남에서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채용 32개 기업, 간접 채용 41개 기업 등 총 73개 기업이 184명을 채용하는 장으로 여수 여명학교, 소망장애인복지원 등 구직 장애인과 장애인 기관에서 총 2천여명이 방문하며 성황을 이뤘다.
‘새로운 내 일(Job), 행복한 내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는 기업의 구인난과 구직 장애인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전남도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지사가 공동 주최하고 전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관했다.
박람회 시작 전부터 입구에서 박람회장까지 인파로 가득 차 구직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력서 작성 공간을 비롯해 면접 스타일링 지원 부스, 이력서 사진 촬영 부스, 제과·제빵사 직업 체험 부스 등에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긴 줄이 이어졌다.
현장 취업 부스에선 구직자 눈높이에 맞춘 기업·직무 소개, 회사 설명 등이 이뤄졌다. 구직자들은 출·퇴근 지원 여부, 업무 강도, 식사 지원 여부 등을 물어보며 취업 의지를 드러냈다.
중증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곡성에서 왔다는 김미연(32)씨는 “여수·순천·광양시처럼 산업단지가 많은 지역을 제외하면 곡성을 비롯한 시·군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자체가 전무한데 박람회를 통해 직무 체험과 다수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고 활짝 웃었다.
전남도는 장애인 일자리 지원 강화를 위해 올해 전일제, 시간제, 복지일자리 등 5개 사업에 국비·도비·시군비 293억1천400만원을 투입, 2천477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4천708명), 서울(4천424명), 경북(2천527명)에 이어 네 번째로 사업량이 많다.
이와 함께 전남도는 민간 노동시장 뿐 아니라 장애인일자리 및 직업재활시설 등에도 참여가 어렵고 고용 사각지대인 최중증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2022년부터 ‘최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3번째로 사업을 시작해 2022년 82명, 2023년 93명, 올해 120명으로 매년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9개 시·도에서만 운영 중인 최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사업의 전남도 사업량은 3위로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하다. 지난해 기준 전남지역 월 평균 100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의무고용 기업체 471개소 가운데 222개소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우지 않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은 대신 196억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택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전남지역 장애인 고용률은 42.9%로 전체 고용률(68.7%)보다 25.8%p나 낮았다.
김영록 지사는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는 예산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멋진 행사가 되도록 하고 앞으로 장애인복지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