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무적자 대한민국 국민 ‘이송’ 됐다 가족관계 등록·주민등록 신청 완료…주민번호 생성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록도 ‘착착’…“거듭 감사” 안재영 기자

2024년 10월 01일(화) 19:43

50여년간 신분이 없다는 설움 속에 살던 무적자가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국민 ‘이송(왼쪽)’씨가 됐다. 사진은 영광군 염산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후 ‘임시 신분증’을 받아든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송씨와 그의 특정후견인 윤하연씨./안재영 기자

<속보>“결정문 한 장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니…….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50여년 평생 무적자로 살아온 A씨(본보 6월14·18·20·21·26·27·28일 6면, 9월26일 1면)는 지난달 30일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 ‘이송(李松)’이 됐다. 본보의 취재가 시작된 지 100여일 만이다.

광주가정법원이 ‘성과 본 창설 허가’에 대해 인용하기로 한 결정문을 들고 이날 오전 9시께 영광군 염산면사무소를 찾은 A씨는 떨리는 손으로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서’를 우선 작성했다.

신고서의 성명란에는 ‘이송’이라고 적었다. 작성 전 그는 이름을 자신이 밝혔던 ‘송이’로 하는 것도 고민했으나, 외자 ‘송’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신의 본을 새로운 삶이 시작된 ‘영광(靈光)’으로 정했던 것처럼, 이름도 주변에서 그를 불러주며 기억했던 것으로 하기 위함이다.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서를 제출한 후 전산에 등록이 되자 대망의 주민등록증 발급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송씨는 다시 한번 서류를 작성, 제출했으며 십지지문 채취, 등록 과정도 거쳤다.

긴장한 탓인지 이씨의 손가락에서 땀이 계속 나와 지문 등록에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수차례의 시도 끝에 모두 성공했다.

지문 채취 후 10여분이 지난 뒤엔 마침내 ‘임시 신분증(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이 발급됐다.

시종일관 아리송한 표정이었던 이씨의 얼굴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효과를 지닌 임시 신분증을 받은 뒤 비로소 환해졌다.

얼굴 사진과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자신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서류를 한참 동안 보던 그는 “이제 정말 대한민국 국민 ‘이송’이 된 거에요”라는 말을 듣고선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연신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이전과는 달리 복지 제도 수혜 등이 가능해진 이씨를 위해 염산면사무소는 기초생활수급자·지적장애인 지정을 위한 서류가 들어오는 대로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처리할 예정이다.

이씨가 신분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군분투했던 그의 특정후견인 윤하연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팀장은 “법원의 결정문 한 장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라며 “매우 감사하다. 평생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회했다.

특정후견인 지정과 성과 본 창설 신청 등 모든 과정에 함께한 남궁경문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센터장은 “이송씨가 이제까지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넘어 평온함 속에서 행복한 날들만 보내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