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가는 광주 두고 볼 것인가? / 김미남 |
| 2024년 10월 03일(목)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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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국내 사망 원인에서도 자살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과 함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광주시의 자살 현황은 어떤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자살률이 급증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우울증뿐만 아니라 우울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광주자살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주 1분기 기준 자살자 수는 135명으로, 전년도 동일 분기(84명) 대비 60.7% 증가했다. 이는 인천 23.8%를 비롯해 세종 23%, 대구 12.1% 등 전국 8개 특·광역시를 통틀어 최고 수치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주가 타 특·광역시보다 급속도로 자살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자살상담센터의 유족서비스 분석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자살원인 1위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살로 확인됐다. 소비도시에 속하는 광주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유위니아 사태가 발생하고 직·간접적 효과가 겹치면서 자살자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간과할 수만은 없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 고독사, 고령 자살의 문제다.
첫째, 1인 가구의 문제다.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나 홀로 식사’는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혼자 밥을 먹는 남성은 여러 명이 어울려 식사를 할 때보다 자살 생각이 2.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1인 식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살 생각이 1.6배 높았다.
둘째, 고독사의 문제다. 상당수는 비자발적인 자살이지만 사실상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주변과 단절된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고독사도 ‘비자발적인 자살’로 보면 자살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고령 자살이다. 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면서 황혼 자살의 증가 현상도 주목받고 있다. 80대 이상 고령 남성 자살자 수는 같은 연령대 여성과 비교해도 5배 가량 더 많았다. 이유는 가부장 문화에 익숙했던 노년 남성이 개인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바탕으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극복방안 3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상담제도 강화가 중요하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독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상담원들과 대화를 통해 자살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둘째, 자살예방 교육 강화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개발돼 이뤄지고 있다. 자살예방 교육이 실제 자살률 감소에 기여한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국내 사례 결과도 있다. 학교에서 교통안전 교육 등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 1990년대 1천500명을 넘어선 연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14명까지 줄었다
셋째,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물론 지역사회의 문제의식과 연대가 중요하다.
필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의 소임을 수행했다. 당시 내부 보고체계에 따라 매월 자살동향보고서가 올라왔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유독 광주시가 타 시·도 대비 자살률이 높았다. 보고된 자료에 원인은 구체적으로 분석돼 있지 않아 확인을 못했지만 늘 우려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그 무렵 임기 종료 퇴직으로 더 이상 깊이 챙겨볼 수가 없었다. 사실을 늦게 인지한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매우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광주가 타 특·광역시보다 높은 자살률로 시민의 귀중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문제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지역 사회는 문제의식과 이를 개선하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