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지역발전 / 김일태 |
| 2024년 10월 07일(월)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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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여건은 미·중 갈등 고조로 한국 대기업의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공장 대부분이 미국에 치중됨에 따라 지역에서 산업의 공백을 메우는 공장 유치가 힘들어 지역산업은 쇠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젊은이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 지역은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광주도 1965년 아세아자동차 설립과 1970년대 이후 생산화운동으로 본촌, 송암, 하남 공업단지를 조성해 공업화를 추진했고 IMF 이후 현대기아차로 합병되면서 100만대 자동차도시로서 기틀을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첨단산업구조로 개편해 전략산업인 광산업과 인공지능(AI)의 중심도시를 조성했다. 이런 현실에서 광주·전남은 ‘시스템 반도체용 차세대 패키징 특화단지’를 신청했지만 애석하게 탈락했다.
이미 반도체는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패권 다툼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공급이 동아시아(한국, 중국, 대만)에 집중돼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반도체 민족주의(Semiconductor Nationalism)를 부각해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2021)과 반도체 산업 지원의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서명했다. 중국은 반도체 2/3 자체생산의 ‘중국 제조 2025’인 중국 반도체 굴기로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요구하면서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과잉 논란이나 수요의 부침이 있어 왔지만 성능과 집적도의 발전으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가 작년 대비 16% 증가한 약 6천112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2023년 620조원으로 179조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3.5배이고 시스템 반도체는 AI, IoT, 자율주행, 5G 등 신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미국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기업 TSMC가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 주와 일본 구마모토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거나 조성 중이다.
반도체는 웨이퍼를 제조공장(fab)에서 산화, 포토, 식각, 증착 및 이온주입, 금속배선공정의 전공정과 테스트, 패키징 공정의 후공정인 8대 공정으로 생산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에서 미국은 반도체 설계자산(IP, Intellectual Property) 및 반도체 소자의 설계(Fabless), 그리고 AI 반도체 개발이 독보적이다. 한국은 메모리분야의 일괄생산(IDM) 체제에 특화돼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각각 2.3%와 13.9%에 불과하다. 대만은 초미세 공정 제조(Foundry) 및 ATP(Assembly, Test, Packaging)에서 뛰어나고 일본은 반도체 소자 분야보다도 제조장비(SME) 및 소재(Materials)에서 특화돼 있다. 유럽은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의 리소그래피기술 및 저전력 프로세서 IP 등에서 앞선다.
이런 시장 여건에서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파운드리에 치중하려는 전략이지만 후공정인 테스트와 패키징 공정의 핵심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기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것은 용인·평택·이천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가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를 담당할 것이고, 광주·전남은 시스템 반도체의 후공정 테스트와 패키징 공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우선 시급한 일은 웨이퍼 레벨에서 패키지 어셈블리에 이르는 테스트와 패키징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합작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고 시스템 반도체와 AI 반도체 개발을 연계하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를 개척하고 후공정을 포함하는 안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