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 체임버에 갇힌 사회: 민주시민교육으로 탈출하기 / 최장현 |
| 2024년 10월 09일(수)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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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개념으로 그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바로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효과,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용어들이 그것이다. 에코 체임버는 직역하면 메아리 방이지만, 일반적으로 정보 거품(filter bubble) 또는 확증편향의 울림통이라고 의역할 수 있다. 사용자의 검색기록, 관심사 등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함으로써 에코 체임버 현상이 나타난다. 즉 에코 체임버란 마치 메아리치는 방처럼,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에코 체임버는 선택적 노출, 확증편향과 함께 편협함(intolerance)을 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란, 심리학적 용어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편함을 싫어한다.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정보를 접하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는 심리에서 나온 선택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확증편향이라는 것은 어떤 정보를 접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이 그 정치인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만 보고 부정적인 뉴스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적 노출과 확증편향은 둘 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생각을 강화하려는 경향을 지향한다는 점, 극단적 팬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선택적 노출은 특정정보에 대한 능동적인 정보탐색 등 의도적·적극적 행위 자체라고 한다면, 확증편향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용어하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에코 체임버, 선택적 노출, 확증 편향이 왜 문제되는가? 에코 체임버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매체와만 소통하게 되면서 편협한 시각을 고착화시키고 극단주의를 더욱 심화시킨다. 선택적 노출이나 확증편향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객관적 판단력을 상실하게 한다. 이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 가짜 정보를 양산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또한 딥페이크 등 디지털 범죄가 확산되어 온 사회를 병들게 한다, AI에 의한 알고리즘은 확증편향을 부추기고, 편협된 정보와 사고에 기초한 부정적 팬덤(fandom)은 사회를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몰고 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심리적 무지의 편협함(ignorant intolerance)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이 강화돼야 한다. 단순한 미디어 작동기술이나 활용지식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사용에 따른 권리와 책임의식, 자기 조절능력, 비판적 사고와 분석 능력 등과 같은 디지털 규범 교육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시급히 준비되고 강조돼야 한다. 학교에서는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부담없이 다룰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과 토론을 통해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중립적이고 독립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함양하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을 언어의 사용이라고 했다. 언어의 사용, 즉 대화를 통해 인간다운 더 좋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 개별적으로는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취향이나 생각과 다른 매체나 사람들을 접합으로써 선택적 노출, 확증편향으로부터 스스로 회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