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소설이다.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이 맞물린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그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창비
흰
절대 더럽혀질 수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 쓴 65편 글을 묶었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화자의 언니에게 바치는 고별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책으로 2018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작가는 제목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고 밝혔다./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사건을 담아낸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경하’가 꾼 꿈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문학동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이다.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된다. 이 시집은 그간 한강 문학을 이야기할 때 언급돼온 강렬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문장들 너머 자리한 내밀한 기원-성소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