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픔 위로”…광주시민들 ‘한강’에 빠졌다 서점가 5·18 다룬 ‘소년이 온다’ 등 품절…온라인도 재고 동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영향…도서관 등 소장 책도 모두 대출 안재영 기자

2024년 10월 13일(일) 18:39

소설가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작가의 저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너무 읽고 싶은데……. ‘소년이 온다’ 언제 다시 들어올까요?”

13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광천동 영풍문고 광주터미널점 등 지역 서점 곳곳에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3)의 작품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이 소식이 한 작가의 고향인 광주에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은 너도나도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열렬한 환호는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부터 지역 서점에선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영풍문고 광주터미널점의 경우 지난 11일 한강의 저서를 한데 모은 특별매대를 설치했으나 오전 새 모두 동이 나 이날 한 작가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온 이들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는 서점 관계자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직장인 유모(32)씨는 “온라인에서 책을 구해보려 했으나 줄줄이 품절된 것을 보고 서점에 왔는데 마찬가지였다”며 “더 빨리 오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한강 작가의 수상을 모두 ‘내 일’처럼 축하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서점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반나절 만에 그의 작품이 각각 6만부, 7만부 이상 판매됐다.

또 지난 11일 기준 한강의 작품인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등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부터 18위까지를 차지했으며, 알라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도 한강의 소설과 시가 1-8위를 점령하는 등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한강 열풍’에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도 재고가 떨어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주고 팔겠다’는 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서점가의 완판 행렬에 이어 지역 도서관에도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날까지 동구 내남동 소재 구립도서관 ‘책정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한 작가의 책(5종·11권)이 모두 대출됐으며, 북구 구립도서관 5곳이 소유한 한 작가의 책 9종 45권도 대출이 이뤄졌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문재학 열사를 모티브로 한 ‘소년이 온다’의 경우 거의 모든 도서관에서 예약자까지 꽉 차 빠른 시일 내에 대출이 어려울 정도다.

시민 김모(54)씨는 “한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이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며 “지역민 모두가 겪은 아픔을 글로써 치유해 준 한 작가가 앞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을 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