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가 주는 선물 / 노희용 |
| 2024년 10월 14일(월)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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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자전거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일곡동에서 전남중학교(지금의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 근처)까지 자전거로 통학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곡동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5분 가량 걷는다. 그리고 버스를 타면, 서방시장을 거쳐 광주역과 롯데백화점(당시 공용터미널) 그리고 양동시장을 지나서 현재의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학교까지 10분이다. 반면에 자전거를 타면 일곡동에서 용봉동 하천을 따라 야구장인 무등경기장 옆 학교까지 직행할 수 있었기에 훨씬 더 가까웠다. 학교 운동장 한쪽엔 학생들이 타고 온 자전거가 늘어서 있었다. 많은 자전거로 인해 세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나는 가까운 거리를 갈 때면 자전거를 이용하곤 한다. 퇴근길에도 자주 자전거를 탄다. QR 코드를 찍고 자전거를 대여해 집 앞까지 곧장 갈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자전거 요금은 버스보다 비싸다. 그런데도 그 편리함과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만족도가 높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주변이 보인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의 모습이나 새롭게 문을 연 작은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장통을 지날 때면 상인들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정리하는 모습이 정겹다. 아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잠깐 내려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오면 씨익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느리게 걷는 사람들,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순간 깊은 삶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여유가 존재하는 도시···. 그 길에는 친근한 이웃이 있다. 거기서 서로 눈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즐거움이 크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대자보 도시’를 선언했다.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과 그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정책은 시민들의 일상과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전거 출퇴근과 대중교통 이용이 활발해진다면, 시민들은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를 얻어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향상을 기할 수 있다. 또 광주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느리게 걷고, 자전거를 타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생활이 정착된다면, 잃어버렸던 여유와 사회적 유대감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운전할 때와는 다르게 도시의 작은 변화를 보고 느끼는 기쁨이 크다. 느리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거리를 누비는 시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매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도로 위의 풍경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다.
이제 광주는 자전거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종종 인도와 겸용으로 사용되면서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이 있고, 노면 상태가 울퉁불퉁해 자전거를 타기에 불편한 구간도 많다. 도로 폭이 좁아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또한, 도심 내 자전거도로의 연결성이 부족해 연속적인 이동이 어려운 때도 있다. 자전거 인프라의 개선과 도로 확충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자전거 나라인 덴마크에서는 평탄한 지형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겨울철 한파로 인해 자전거 이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자전거 이용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자전거도로 확충과 인프라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건강, 환경,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광주는 앞으로 자전거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는 기반을 만들고 시민들이 자전거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민들도 ‘대자보’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를 좀 더 여유롭게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