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침습 교정술’ 통증 적고 회복 빨라 ●무지외반증 한 해 6만명가량 내원 보편화된 질환…발생빈도 여성 높아 발가락 변형 넘어 무릎·척추까지 영향…중증일땐 수술해야 정리=기수희 기자

2024년 10월 15일(화) 18:46

이준영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관절이 내측으로 돌출되고 엄지발가락은 외측으로 휘어지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한 해 6만명가량이 병원에 내원할 만큼 보편화된 질환이다. 이 질환은 새끼발가락이 바깥으로 돌출되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소건막류’ 질환의 반대 개념이다.

가족력이 있는 군에서 호발하기 쉬우며 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구두, 하이힐과 같은 볼이 좁은 신발을 자주 착용하게 되는 것도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빈도로 발생하는 이유도 굽이 있고 볼이 좁은 구두를 신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체중 증가도 무지외반증 진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이준영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통해 무지외반증의 증상과 이에 따른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내측으로 돌출되는 무지외반증 환자의 수술 전·후 엑스레이 촬영 영상(사진 위)과 수술 직후 환자의 발 사진.<조선대병원 제공>

◇무증상부터 변형·통증 등 증상 다양

무지외반증은 무증상부터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주된 증상은 눈에 띄는 발가락 변형, 발가락의 비정상적 겹침과 함께 걷거나 서 있을 때 지속적인 통증 등이다. 심한 경우 엄지발가락 안쪽 부위가 염증으로 인해 붉어지거나 붓기도 하며,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바닥 쪽에 굳은 살로 인한 전이성 통증이 생기거나 발가락이 저리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무지외반증은 다른 질병보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가 많은 질환이며 한번 변형이 시작되면 치료 이전까지 발가락 휨 증상이 계속된다.

엄지발가락은 발바닥 중 체중이 가장 많이 실리는 부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엄지발가락에 변형이 생겨 점점 심해지게 되면 두 번째 발가락을 밀게 되고 더 심해지면 두 번째 발가락이 올라타거나 탈구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어 발의 통증은 물론 발목, 무릎, 척추 등 다른 관절에 무리를 주며 이차질환으로 진행될 우려가 높아 무지외반증을 단순히 발가락이 변형되는 질환으로만 봐선 안된다.

◇초기엔 보존적 치료·중증도 시 ‘수술’ 고려

무지외반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는 초기에 진단 및 발견이 이뤄진다면 기능성 신발, 특수 깔창, 엄지발가락을 포함해 발가락에 끼우는 실리콘 보조기나 부목 형태의 보조기 등을 활용한 비수술적 방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진단 및 치료가 지연돼 변형의 정도가 심해지는 중증도의 상태가 되면 수술적 처치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처치 시 기존 수술은 휜 뼈를 교정하기 위해 피부를 4-6㎝ 정도 절개하고 골막을 일부 벗겨낸 뒤 뼈를 절골해 금속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수술 후 통증은 보통 뼈를 둘러싸고 있는 막인 골막에서 유발되는데, 기존의 이러한 방식은 골막을 벗겨냈기 때문에 수술 이후 통증이 심하고 긴 절개로 인해 상처가 남으며 따라서 회복 기간도 상당기간 소요돼 환자들로 하여금 수술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무지외반증도 이제 ‘최소 침습 수술’이 가능하다.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MICA: Minimally Invasive Chevron & Akin)은 발에 2-3㎜ 정도의 미세 절개를 가해 3-4군데의 작은 구멍을 내 특수한 기구를 이용해 뼈를 절골하기 때문에 골막을 벗겨내지 않게 되고 또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교정 절골한 부위에 대해서는 특수 나사로 고정한다. 미세 절개로 발 관절면을 보존할 수 있고 골막을 거의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고 느끼게 되는 통증도 기존 수술 방법보다 현저히 적으며 흉터 또한 매우 작게 남아 미용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본원에서 다양한 환자 군에 대해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을 시행해 본 결과, 입원 기간이 3-4일 정도로 짧고 통증이 적었으며 보조신발 착용 시 수술 당일 바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보니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절개 봉합 부위 또한 1㎝ 이하로 작고 잦은 소독이 필요 없어 미용 및 관리적인 부분에서도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다만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 절개를 통한 기존 수술 기법에 비해 장기간의 연구 데이터가 부족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엄지발가락이 과도하게 변형된 너무 심한 무지외반증의 경우 최소 침습 수술로는 교정이 부족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고 엄지발가락이 너무 유연할 경우에는 재발의 위험도 있다. 관절낭이 심하게 두꺼워져 있으면 기존의 개방형 술식이 적합할 수 있으며,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 시 사용하는 특수 나사가 고정력이 뛰어나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이 있어 뼈가 약한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하다고는 하나 수술 전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 골 손실과 고정력을 감안해 수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