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사건…예술로 피다 내달 24일까지 ACC 야외전시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프랑스 유명 아티스트 JR 등 7팀 작가 참여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 과거의 흔적 재해석 1천여명 광주시민 초상 대형포스터 전시도 최명진 기자

2024년 10월 17일(목) 19:40

오종作 ‘빛 드로잉(숲) #1’

OBBA作 ‘바람의 골짜기’

광주읍성을 형상화한 이웅열作 ‘상실 공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부지는 광주읍성이라는 일제강점기 저항의 역사, 전남도청이라는 5·18민주화운동 항쟁의 역사 등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현장’이다. 이 장소에 새로운 건축물이 세워지면서 그 자리를 지켜온 과거의 시간과 기억은 서서히 지워졌다.

현재 ACC는 2015년 개관 당시 일부 훼손된 옛 전남도청의 흔적을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장 가설 울타리로 둘러싸인 전당의 모습을 새롭게 재해석한다면 어떨까.

광주읍성부터 전남도청 그리고 오늘날 ACC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여온 기억과 사건을 예술적 시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음달 2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에서 펼쳐지는 야외전시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이다.

전시에는 총 7인(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동희, 석운동, 오종, 이웅열, 정소영,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Inside Out Project) by JR, OBBA 작가는 조각, 설치, AR 등 장소 특정적 작품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새롭게 이해하며 현재와 미래를 그려낸다.

개막일인 지난 15일부터 오는 19일까지 5일 동안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프랑스 유명 아티스트 JR의 전지구적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광주’ 작품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상상마당 인근에 설치됐다.

전 세계 공공장소의 벽면, 천장 등에 대형 초상 이미지를 부착해 공간에 침투하며 메시지를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JR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광주 시민들의 흑백 초상 이미지를 대형 포스터로 제작해 공공장소에 전시한다.

1천여명 광주 시민들의 초상이 모이면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인 전당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 이를 부착해 광주의 역사를 새롭게 기록할 예정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철거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문화광장 야외에 설치된 김동희 작가의 작품 ‘망루’, ‘해변’은 마치 겨울 해변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업이다.

공사 현장에서 수집한 콘크리트와 파벽돌로 조성한 이 설치 작품은 핸드폰 카메라를 활용한 증강현실을 통해 눈 내리는 해변 속 자신만의 궤적을 남겨볼 수 있는 체험도 제공한다.

ACC 나비정원 음악분수 일대에서는 옛 전남도청에서 수집한 폐자재, 흙, 시멘트 가루를 굳힌 정소영 작가의 조각 설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문화창조원과 예술극장 길목에 있는 OBBA의 패브릭 설치 작품 ‘바람의 골짜기’, 배롱나무 숲과 어우러진 오종 작가의 LED 조명 설치 작품 ‘빛 드로잉’,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광주읍성을 재해석한 이웅열 작가의 ‘상실 공유’ 등 다양한 설치 작품이 ACC 야외 곳곳에서 전시 중이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ACC가 새로운 만남과 사건의 현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열린 문화기관으로서 무장애 동선 개발 및 점자, 음성해설 작품 감상 가이드를 마련했다. 시민 모두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