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갖춘 로맨틱 발레…재미, 감동 ‘두 배’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공연 리뷰 무용수 표정·마임 등 스토리 라인 이해 감초 역할 각 나라 다양한 민속춤 담은 2막 하이라이트 눈길 주역 무용수들 ‘파드 되’ 등 수준 높은 테크닉 선사 최명진 기자

2024년 10월 20일(일) 19:06

지난 18일 열린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공연 커튼콜 모습.

22년 만에 광주에서 만나게 된 발레 ‘코펠리아’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자동인형’을 소재로 한 독특한 스토리와 무용수 개개인의 연기력은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 광주예술의전당에서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첫 공연이 펼쳐졌다.

주연인 스와닐다 역은 강은혜, 프란츠 역은 보그단이 맡았다. 두 사람 사이 질투를 자아내는 자동인형 코펠리아 역은 공유민이, 괴짜 과학자 코펠리우스 역은 김도영이 열연했다.

최후의 로맨틱 발레로 불리우는 ‘코펠리아’는 3막의 희극 발레다. 이번 공연은 박경숙 예술감독이 재안무 및 연출을 맡아 더욱 특색있게 표현됐다.

사람과 꼭 닮은 자동인형 ‘코펠리아’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춤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발레의 특성상 ‘마임’은 극에 몰입하는 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얼굴 표정은 물론 간단한 동작으로 대사를 대체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스토리 라인 이해를 도왔다.

얼굴 윤곽을 따라 손을 쓸어 내리는 동작은 ‘아름답다’는 뜻을, 주먹을 쥔 채 두 손을 높이 쳐드는 모습은 ‘화내다’의 의미를 갖는다. 골몰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몸짓이다.

대사 한 마디 없지만 발레 동작 하나하나와 배우들의 마임, 연기력은 극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지휘자 박승유의 지휘 아래 카메라타전남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지며 공연의 감동을 더했다. 여기에 마치 동화 속 풍경과 같이 꾸며진 무대 디자인, 각 캐릭터마다 개성을 보여주는 중유럽풍 의상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특히 2막 코펠리우스 박사의 작업실 풍경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격이라 할 수 있다. 각국 의상을 입은 일곱 인형이 각 나라 민속춤을 끊임없이 반복해 추는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졌다.

장난끼 심한 스와닐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코펠리우스의 가장 소중한 인형 코펠리아 대신 그 행세를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코펠리우스는 마법 주문을 걸수록 사람 같이 활기가 도는 코펠리아를 보며 기뻐하지만, 이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되며 망신창이가 된 인형 코펠리아를 안고 절규한다.

공연 중간중간 나오는 폴란드의 마주르카, 헝가리 차르다시, 스페인의 볼레로, 스코틀랜드의 지그 등 다양한 나라 춤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극의 마지막 부분인 3막에선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 장면이 펼쳐진다. 프란츠 친구들과 스와닐다 친구들의 군무, 12명 발레리나가 선보이는 ‘시간의 춤’ 장면은 축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테크닉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스와닐다와 프란츠 역 무용수의 화려한 파드 되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경쾌한 발레이면서도, 그 속에 인간의 희로애락과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 연민 또한 함께 펼쳐냈다. 국내에서 전막으로 만나기 어려운 ‘코펠리아’의 광주 공연이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