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경계, 그 너머 ‘시간의 틈’ 마주하다 ●제24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구남콜렉티브 초대전…29일까지 퍼포먼스 기반 미디어아트 회화·조각·오브제 등 선봬 최명진 기자

2024년 10월 21일(월) 19:50

구남콜렉티브 ‘시간의 틈’ 전시 전경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몇 개의 분리된 공간을 오가게 된다. 여기에는 영상과 회화, 조각은 물론 침대와 전화부스 등 갤러리에서 만날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갤러리 공간은 각자의 성격을 지닌, 연극적이고 영화적인 공간으로 꾸며졌다.
지난해 제24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을 받은 구남콜렉티브 초대전 ‘시간의 틈’이 오는 29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구남콜렉티브는 설치 및 영상 작업을 진행해온 김영남과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이는 구혜영 작가가 2019년 결성한 팀이다. 영상과 퍼포먼스는 물론 회화, 조각, 설치, 공연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작품들 중심에 자리한 것은 ‘경계’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이든 의식이든, 자아와 타자를 인식하고 그 극단의 간극을 경계로써 바라본다.

구남콜렉티브는 이것을 ‘사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본인들만의 예술언어로 전달해왔다. 그들이 다루는 삶과 죽음, 자연과 소비되는 것, 의식과 무의식(초현실) 등은 작품 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엮이고 충돌하며 조화를 이룬다.

이 차이를 만드는 개념으로 ‘시간’에도 주목한다. 전시장에 남은 몇 가지 단서와 흔적들은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간 여행자인 ‘그녀’가 사랑을 찾아왔다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소파와 침대 등을 통해 가정집 방안처럼 연출한 ‘그녀의 시간’은 그녀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한쪽 벽면에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그녀가 아직 방안에서 고민할 때의 모습을 비춰주는 영상 작업 ‘시간의 틈’이 상영되며 과거와 현재 사이 경계를 만들어내는 시간을 감각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전시는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다른 존재와의 관계들과 상황에 대해 말한다. 전시장 내부 공간을 넘나들 수록 각 공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의 시간과 다른 차원의 시간들이 공존하며 시간의 개념은 사라진다. 처음과 끝이 아닌 결국 시작되고 사라져가는 ‘과정’과 ‘경계’ 속 우리의 감각은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

백지홍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경계’에 관한 두 작가의 고민과 탐구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신세계갤러리는 1996년부터 광주신세계미술제를 개최해 광주·전남 작가들을 발굴·지원하며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해오고 있다. 상금과 초대전 등 혜택을 통해 수상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