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은 결국 국가 파탄이다 - 광주와 전남의 발전을 향해 6 / 박용안

2024년 10월 22일(화) 19:57

박용안 부산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여러 방면에서 커다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이 가열되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 과밀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신규투자, 기업 본사의 입지, 상장회사 자본금 비율, R&D 투자, 신용카드 사용액 비율에서도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일극 체제는 현 정부에서도 백 조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Great Train eXpress: GTX)-8개 노선-등으로 공고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친절하게 2024년 발표한 교통분야 3개 혁신전략은 수도권 혼잡완화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정부는 100조 원이상을 투입해 수도권에서 출퇴근 시간 30분대를 목표로 초연결 교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게다가 기존 지상에 있는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해 상부 공간에 주거·산업·문화가 융합된 혁신 거점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지역에도 찔끔 생색을 내고 있다.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의 건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에도 지자체와 협의해 급행철도로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지하와 지상의 초연결 교통망을 이용해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출퇴근 시간 30분 대를 보장하려는 이 계획은 수도권 과밀화를 더 부채질할 것이다. 서울 외곽의 위성도시들과 거주 공간들은 더 비대해지면서 지역에서 젊고 유능한 구성원들의 유출과 수도권으로 유입을 촉진하고, 그러한 유입을 근거로 또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악순환 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과밀화는 저출생을 더 확산해 지역의 소멸은 물론이고 국가 인구의 절대적 감소를 장기적으로 초래해 결국 국가가 파탄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서울시장이 약속한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과 유사하게, 수도권의 새로운 교통망 구축은 국가 운영에 대한 기본 인식마저 결여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는 젊은 층의 삶을 더 고난스럽게 해 OECD 국가 중 최악인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을 장기적으로 공고히 할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정부 예산투입과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소위 예비타당성 분석에서 과밀화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성 분석에서 타당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다. 인구와 상권 등이 소멸되는 지역에서는 예비타당성 분석에서 수도권에 비해 낮은 경제성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갈수록 줄어드는 지역 인구는 우리나라 내수를 축소해 대외의존도를 더 높이는 한편 내수기반의 제조업, 서비스업, 유통업, 건설업 등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의 재벌 기업들도 위축된 국내시장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내수 공급과 수출을 병행하면서 성장하는 장점과 환경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1966년부터 검토된 수도권 과밀화 방지와 인구분산 정책은 60년이 다 되가는 2024년에도 윤석열정부 들어 더 길을 잃게 됐다. 지역소멸과 국가파탄을 동시에 대응하는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조정해야 한다.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는 수 년 사이 해결되기 어려우며 수 십년간 정부에서 부단하게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근본 과제이다.

지역소멸은 곧 국가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내수와 수출을 병행해 성장해 왔던 한국의 제조업에게도 적신호를 주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고통을 헤아려 총력을 다해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