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초월한 감동, 깊은 울림…진실한 사랑의 세레나데 ●광주시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리뷰 ‘축배의 노래’ 등 예술성·대중성 갖춘 명곡 한자리 광주시립합창단·발레단 협업, 화려한 볼거리 더해 최명진 기자

2024년 10월 27일(일) 19:35

광주시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파리 사교계의 동백꽃 여인 비올레타와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약 3시간의 장대한 오페라 서사로 펼쳐졌다.

지난 26일 오후 3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펼쳐진 광주시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성악가들의 기량과 열정이 빛을 발한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는 주인공 비올레타 역 소프라노 박수연, 알프레도 역 테너 이재식을 비롯해 제르몽 역 조재경, 플로라 역 서미선, 가스통 역 김진우 등이 나섰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비올레타의 집을 배경으로 십수명의 사람들이 무대를 한가득 채웠다.

1막에선 주연 성악가들과 광주시립합창단 단원들의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새빨간 드레스의 비올레타와 그녀를 오랫동안 흠모해온 청년 알프레도가 등장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축배의 노래’ 아리아를 선사했다.

알프레도는 오래 전부터 품어온 마음을 내비추지만, 비올레타는 순박한 청년이라 비웃으며 자신은 이러한 자유로운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게 끌리며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2막 1장에서는 진정으로 원했던 삶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비올레타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사교계를 떠나 알프레도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보금자리를 마련한 비올레타는 생활고에 시달리자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팔아 이를 충당한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가 파리로 돈을 벌러 떠나고 그 사이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온다.

자녀의 혼담을 걱정한 제르통은 그녀에게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청한다. 이에 비올레타는 이별편지를 남기고 알프레도를 떠난다. 파리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다시 고향 집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하는 아버지 제르몽의 ‘프로벤차 고향의 하늘과 땅’은 앞서 등장한 알프레도의 독창 ‘불타는 나의 마음’과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두 사람은 2막 2장 비올레타의 친구 플로라의 파티장에서 다시 마주한다. 이 장면에선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의 안무가 극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집시 여인들의 화려한 춤사위와 힘찬 기상의 투우사 춤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극중 알프레도는 제르몽과의 약속으로 거짓 이별을 고한 비올레타에게 심한 비난의 말을 던진다. 이를 지켜보던 제르몽이 아들을 나무라며 사실은 비올레타가 알프레도를 위해 떠났음을 알린다. 알프레도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비올레타는 자신의 처지를 비통해하며 2막이 막을 내린다.

마지막 무대인 3막에서는 비올레타가 누워있는 무채색 병실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지병인 폐결핵을 앓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가 등장하고, 두 연인은 서로를 감싸안고 ‘사랑하는 이여, 파리를 떠나서’를 함께 부르며 앞날을 상상하지만, 결국 비올레타는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성악가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송안훈 지휘의 카메라타전남 오케스트라 연주, 시립예술단과의 협업이 이날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유명 아리아 곡들로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만큼 오페라에 더욱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이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