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플라스틱 탁상시계도 / 김준태
2024년 11월 03일(일) 19:11
김준태
고장 난 탁상시계를 비닐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잠시 멈칫했더니
나사가 몇 군데 빠진 놈인데도 불구하고
이것 봐라, 똑딱똑딱 가고 있지 않는가
분침과 시침은 물론 초침도 구부러지고
벨을 울리는 기능도 다 돼버린 녀석인데
아니 어떻게 저렇듯 소리를 내는 것일까
똑딱똑딱! 그 소리가 우리 사람의 숨소리
같기도 하고 맥박이 뛰는 소리로도 들려
차마 쓰레기로 버릴 수가 없어 망설였다
부서진, 고장 난 탁상시계 속에서 어쩌면
벌컥벌컥 숨 쉬고 있을 시간의 푸른 숨통!
그러면 그럴까 플리스틱으로 만든 시계도
사람 체온이 닿으면 사람의 체온을 넣으면
아하 똑딱똑딱 눈물을 소리 내는 것이었다.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도서출판 b, 2018)

[시의 눈]

혜정이는 시계처럼 일하시던 엄마 모습이 생각나 곧잘 눈물을 훔쳐냅니다. 나 또한 덩달아 슬퍼졌군요. 누가 버린 시계는 그냥 죽은 척, 하지만 건전지나 ‘체온을 넣으면’ 곧 살아나곤 합니다. 아직 쓸모 있다 항변하는 거지요. 길 건너 초등학교 건물에 시계가 걸렸습니다. 죽은 줄 알았는데, 등교생을 내려다 보네요. 뛰는 아이, 깔깔 웃는 아이, 준비물을 잊고와 시무룩한 아이…. 그가 축 처진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아, 똑딱똑딱 등을 두드려 주는군요. 그애 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나도 혜정이 눈물 숨통을 틔워 줄까하고 시계처럼 걸어갑니다. 똑딱똑딱, 내겐 사랑의 체온이 아직 살아있지요. 김준태 시인은 해남 출생으로 1969년 전남일보와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집 ‘참깨를 털면서’(1977),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1983)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광주정신을 노래한 대표시인으로 현재 금남로 리케이운에서 통일, 생태, 우주를 연결하는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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