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동반자 ‘다문화 가족’ / 장미영 |
| 2024년 11월 06일(수)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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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그려낸 리지와 다아시의 사랑 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들이 사랑한 것이 18세기 영국의 결혼 문화일 리는 없다. 리지와 디아시가 어떻게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고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가 하는 그 과정이 흥미로웠을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 쉬이 읽히는 것은 제인 오스틴의 문장력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가진 큰 힘은 오만과 편견이 진실을 가리는 안타까움과 오만과 편견을 벗어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의 흥미로움이다.
통계청은 2023년 11월29일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우리나라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은 1만7천428건으로 전체 혼인 중 9.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 혼인의 유형은 외국인 아내가 66.8%로 비중이 가장 컸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전체 혼인 10건 중 1건은 다문화 혼인이었으며, 혼인 유형 역시 ‘외국인 며느리’가 다수를 차지하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문화 출생은 1만2천516명으로 2022년 전체 출생아 수의 5%였다. 43쪽의 세밀한 보고서는 놀랄만한 특별한 정보를 전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줬을 뿐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통계로 말하고 있다.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
사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운명이니까 받아들여라”로 이해한다. 능동적 허무주의를 주창하고, 철저한 초현실주의자였던 니체가 그런 의미로 이 말을 했을 리는 없다. 신을 죽이고 초인을 탄생시켰던 니체는 ‘Amor Fati’를 통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니체는 개인의 의지를 말했을 뿐, 사회적 노력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을 것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응전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고 있다. 우리의 선택이 새로운 문화가 된다.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은 변화의 위에서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임관식은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이던 2010년 6월 ‘다문화 사회, 이제는 거부할 수 없기에 적극 받아들여야’라는 글에서 “다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곱씹어봐야 할 말이지 않나 생각한다. 현실 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만으론 다문화 정책이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지난 10년이 증명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Pride and Prejudice(오만과 편견)
리지와 다아시는 각각의 방법으로 상대에 대해 오만과 편견을 가졌다. 이러한 오만과 편견을 깨뜨린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방법이지만 ‘대화’였다. 리지와 다아시는 대화를 통한 소통을 하고, 그 소통은 상대의 진실을 보는 눈이 됐다. 개인의 방식을 사회적 방식으로 여과 없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을 깨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소통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만과 편견을 깨뜨리려는 사회적 노력과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갖는 오만과 편견을 깨뜨리려는 노력이 함께 했을 때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길 간절히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