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늦가을, 스크린으로 떠나는 감성여행 ● 광주극장 11월 개봉작 31년 공백 깬 스페인 거장 빅토르 에리세 감독 신작부터 프리다 칼로 삶과 작품세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한자리’ 최명진 기자

2024년 11월 07일(목) 19:33

완연한 가을 날씨 속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광주극장을 찾는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부터 31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기적 같은 신작, 월간클래식 올해 마지막 작품까지 다채로운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먼저, 스페인의 거장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최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22년 전 실종된 배우의 행방을 찾으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 한 노년의 감독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같은 날 개봉한 ‘아노라’는 허황된 사랑을 믿고 신분 상승을 꿈꾸며 러시아 재벌2세와 결혼한 ‘아노라’가 남편 ‘이반’네 가족의 명령에 따라 둘을 이혼시키려는 하수인 3인방에 맞서 결혼을 지켜내기 위한 이야기다. 젊은 거장 션 베이커 감독이 연출·각본을 맡아 황홀한 비주얼과 상반되는 날카롭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펼친다.

오는 9일 스크린에 걸리는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는 멕시코가 낳은 혁명적인 예술가이자 모든 여성의 상징으로 불리우는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초현실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녀의 예술세계를 담아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13일 개봉)는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작가인 박수남 감독과 그의 딸 박마의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1985년부터 기록해온 10만 피트, 약 50시간 분량에 달하는 16mm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일본군 위안부 및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오키나와 전쟁으로 동원된 군징용 피해자들을 비롯해 100년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전달한다.

20일 개봉하는 ‘씨앗의 시간’은 수고스럽지만 다정하게 지켜온 우리의 토종 씨앗과 그들이 지켜온 특별한 씨앗을 찾아 다시 순환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담긴 영화다. 카메라는 수십 년간 자신의 씨앗을 받고 심어온 윤규상, 장귀덕 두 농부의 작업을 따라가며 일 년 안에 중첩된 긴 시간을 바라본다.

같은 날 김태양 감독의 첫 데뷔작인 영화 ‘미망’도 개봉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를 마주친 ‘여자’의 시간을 따라가는 광화문 로맨스다.

영화사에 빛나는 고전 걸작을 상영하는 ‘월간 클래식: 20세기 명화극장’ 올해 마지막 상영작은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이다. 16일, 24일 2회 상영된다. 24일 상영 후에는 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의 시네토크가 마련된다.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한 현대 음악 작곡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비스콘티의 염세주의적 세계관과 탐미적 예술관이 집약돼 만년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참고하면 된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