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귀농·귀촌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백준희

2024년 11월 13일(수) 19:23

백준희 에듀테인먼트 퍼니 대표

대한민국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무수히 쏟아 내고 있다. 그 중 청년 귀농·귀촌 정책은 인구소멸지역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청년들을 지방마다 데려 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을 위한 지원금정책, 귀농을 위한 장기적인 농업교육(스마트팜 영농기술, 농업의 기술 등), 창업 및 투자를 위한 컨설팅, 주택 및 농업용지 구입시 신용보증 우대 등 정착해 살 수 있게 정부 및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에 의하면 귀농·귀촌(전체연령대)의 인구수가 2020년 47만7천명, 2021년 49만5천명, 2022년 42만1천명, 2023년 40만명으로 2022년 이후에는 계속 감소추세에 이르고 있다. 감소추세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일시적으로 어려운 삶의 환경 때문에 농촌생활에 관심이 증가했으나,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관심이 줄었다는 의견, 도시 지역의 고용상황이 코로나19보다 더 나아져 도시에 다시 정착하려는 심리가 급증했다는 의견 등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감소추세에 청년 귀농·귀촌은 인구소멸지역에서는 청년이 유입해야만 지역이 돌아간다는 관점에서 좋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나, 현실은 어떠할까?

2024년 3월 경북 의성군에서 20대 청년 농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유서에는 “청년단체가 개인일에 단체일까지 무수한 업무를 주어서 본업도 못하게 만들었다. 내 일은 못하고 노예처럼 돈도 못 받으면서 살아가기 힘들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정책이 실행되는 안에서도 악습이 숨어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귀농·귀촌 청년들의 인터뷰를 보면, 정착을 위한 정책들은 이뤄지나 현실은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마을 안에 정착해 살려고 해도 마을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 외지인이니 가격을 좀 더 내라”하는 지역 텃세도 심하다. 또한 모르는 지역이다 보니, 사기위험에서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땅이 비옥하다. 수확 잘 할 수 있다”라고 구입했는데 과일이 자라지 않아 이유를 찾아봤더니 땅속에 폐기물이 있었고, 모종이 좋다고 추천받아서 1년 농사를 심었는데 모종이 자라지 않는 사례들은 귀농·귀촌 청년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또한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은 금전적인 어려움도 있다. 농사를 위해 땅을 구입하고, 스마트팜 설비투자를 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당연히 스마트팜을 하면 정부보조금을 일부 지원해 준다. 그렇다 하더라고 억단위의 금액이 필요해 융자를 받아서 운영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또한 생산된 상품을 팔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네트워크가 없다면 납품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판로 개척이 어렵다. 다양하고 복잡한 지역 판로 연계망도 새로운 외지인에게 힘든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1대 국회에서는 귀농·귀촌 방해금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우리 귀농·귀촌 청년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는 최근 5년간의 귀농·귀촌 청년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통계들을 보면 귀농·귀촌에 대한 유입만 통계가 있지, 폐업 및 운영되는 현황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만큼 인구유입에만 신경쓰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후관리가 돼야만 상처받은 귀농·귀촌 청년들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수 많은 청년들이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