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221)육십사괘해설:63. 수화기제(水火旣濟) 下 “육사(繻有衣袽), 구오(東鄰殺牛, 不如西鄰之禴祭), 상육(濡其首 厲)”

2024년 11월 14일(목) 19:32

기제(旣濟)괘 육사의 효사는 ‘수유의여, 종일계’(繻有衣袽, 終日戒)이다. 즉, ‘수 놓은 화려하던 옷이 낡은 누더기로 변하니 온 종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효는 음위에 음효로 구오의 군주를 보좌하는 대신이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환난을 방지해야 하는 유순정위(柔順正位)에 있는 현신(賢臣)이다.

상전에서는 ‘온 종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 ‘종일계 유소의야’(終日戒 有所疑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배에 구멍이 뚫려서 온종일 근심 걱정하면서 구멍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 수놓은 화려한 옷을 배의 구멍을 막는데 쓰니 누더기로 변해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환이예방(思患而豫防)하느라 정신없다.

‘수’(繻)는 곱고 화려한 명주 실크로 건(乾)에 해당해 아름다운 옷이라고 말하고, ‘여’(袽)는 헤어진 낡은 옷으로 곤(坤)으로 봐 건곤(乾坤)이 교제하는 이화(離火)의 미려(美麗) 속에 감수(坎水)가 숨어 있다.

그래서 화려한 명주옷을 입고 있는데 그 속에 낡고 헤어진 소매 끝이 살짝 보이는 상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기제의 안태(安泰)가 정점(頂點)을 지나서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 고패(蠱敗)의 조짐이 있으니 종일 경계해서 그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육사를 얻으면, 일이 정점을 지나 변화가 생기는 징후가 나타나고 변혁에 대한 엄한 경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또한 수(繻)는 배에 물이 새는 것이고 의여(衣袽)는 낡고 헤어진 걸레나 거적으로 물이 새는 구멍을 막는다는 효사의 뜻이니, 복멸(覆滅)의 위험이 다가오는 때이다.

표면은 화사하나 내부는 추악(醜惡)하다는 의미가 있고 마음이 잘못 꼬여 있거나 도둑과 같은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기미가 있다.

운기, 운세에서는 이와 같은 해석이 가능해 오랫동안 쌓여온 눈에 보이지 않은 손실이나 폐해가 드디어 숨길 수 없게 돼 반드시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업, 거래 등은 점차적으로 쇠해 보잘 것 없게 되고 이로 인한 재산, 신용을 잃어 괴로움이 나타나니 안전하고 확실한 방침으로 전환해 조심해야 하며 서로 상대를 속이려는 검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나서는 것을 절제하고 멈춰야 한다.

사업의 확장, 이전 등은 불가하고 축소해야 한다. 물가는 낮은 가격이 유지된다.

혼인은 첫눈에 반해 예쁘게 보이고 그 약점과 허실(虛失)은 감춰져 있으니 보류해야 한다. 성사돼도 끝에 이르지 못할 우려가 있다. 잉태는 어렵고 임부(妊婦)가 섭생(攝生)이 어려워 출혈의 염려가 있다. 기다리는 것은 이뤄질 듯 하면서도 이뤄지지 않고 가출인은 행적을 고의로 감추고 있으며 분실물은 찾을 수 없다.

병은 표면적으로는 회복되어 가는 것 같이 보이나 오히려 악화돼 가고, 좋아질 것 같이 보이면서도 병근(病根)이 점점 깊어 가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실점예’로 ‘투병 중인 환자의 병점’을 입서해 ‘기제지혁’(旣濟之革 四爻動)을 얻고 점고(占考)하기를 ‘이 병은 난치의 불치병으로 이미 황천을 건넜다. 배 바닥의 틈으로 물이 몰래 스며들어와 새고 있으니 병이 남몰래 스며들어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화돼 왔다. 앞으로 4개월 후면 명을 다할 것’이라고 해 역시 그러했다.

‘모사장의 금년 운기 여하’를 입서해 기제괘 육사를 얻었다. ‘기제괘는 이미 일이 이뤄졌다는 뜻이고 상괘에서는 다시 일이 이지러지는 때다. 이제 육사를 만나 육사의 효사에 배에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오는 때로, 그 물을 막기 위해 명주옷을 벗어 메우니 화려했던 옷이 누더기로 변할 수 밖에 없으며, 온종일 근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금년에는 물이 샌 배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몹시 바쁘고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즉, 사장은 이직(離職)한 직원의 일을 메꾸느라고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기제괘 구오의 효사는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약제 실수기복’(東鄰殺牛, 不如西鄰之禴祭 實受其福)이다. 즉, ‘동쪽 이웃이 소를 잡아 성대하게 제사 지내는 것은 서쪽 이웃이 간소한 제사를 지내어 실제로 신령의 복을 받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오효는 양강중정의 군주로서 동린살우의 성제(盛祭)의 주인공이고, 이효는 유순중정의 덕성을 갖춘 소박한 인물로서 서린약제의 검소한 박제(薄祭)의 주인공이다.

상전에서는 ‘동쪽 이웃이 소를 잡아 성대하게 제사 드리는 것은 서쪽 이웃의 간소한 제사보다 못하다. 신령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장차 큰 길함이 오는 것’이라고 해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시야 실수기복 길대래야’(東鄰殺牛 不如西鄰之時也 實受其福 吉大來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큰일의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축소된다. 동쪽에서 하려고 했던 일이나 사업을 정리해서 서쪽으로 옮기고, 간략히 다시 추진해 간다면 오히려 더 실익이 있다.

‘동린’은 외괘 감(坎)에 해당되고 감(坎)은 곤(坤)의 소(牛)와 교체해서 피(坎水)를 보는 상이니 살우(殺牛)라고 했으며 ‘서린’은 내괘 이(離)에 해당해 여름 제사처럼 간략하지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즉, 겉만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간소하지만 내면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복(福)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오효에서는 기제의 교만과 혼란이 농후해지고 제사도 표면만 성대하게 과대 포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효사를 둬 기제괘가 흩어지고 있는 것을 확실히 말하고 있다. 또한 동린은 구오의 양강(陽剛)을, 서린은 육이의 유순(柔順)을 가르키고 있지만, 동쪽에서 주색에 빠진 주왕(紂王)의 사치폭정과 서쪽에서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서백문왕(西伯文王)의 인심을 얻고(得人心)있는 상황을 비유하고 있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오를 얻으면, 겉을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허영 등을 버리고 절약과 축소, 진솔과 긴축으로 내실을 기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는 호조(好調)였으나 이제 궁박해져 가므로 긴축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투자만 많고 수익은 올리지 못하는 때이므로 한층 규모를 축소해 지출을 막도록 해야 하고, 몸과 마음이 모두 피로하니 자신을 겸허히 하면서 아랫사람의 재력(才力)있는 자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거래, 사업 등은 정리를 단행해야 재생(再生)의 길이 있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붕괴에 이르게 된다. 이전도 때를 놓쳐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바라는 바는 성실로 대하면 통할 수 있지만 거의 통달하기 어렵다.

혼인은 추진하지 않은 것이 좋고, 출산은 난산(難産)으로 모체(母體)를 구하기 위해 태아를 단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기다리는 사람, 가출인과 분실물은 기대하기 힘들다. 날씨는 비가 오고 쉽게 개이지 않으며 물가는 하락의 기미가 현저하다.

‘모인의 사업추진 여하’의 ‘실점예’에서 구오를 얻고 점고하기를 ‘사업은 삼효에서 시작하여 삼년(월) 정도 돼가나 처음보다 점차 사업의 규모가 축소돼 가고 구오에서 작게나마 완성은 이뤄지나(高宗 伐鬼方 三年克之) 본인의 실망이 클 것(小人勿用)’이라고 해 역시 그러했다.

기제괘 상육의 효사는 ‘유기수 려’(濡其首 厲)이다. 즉, ‘여우가 강을 건너가다가 머리를 물에 적시니 위험하다’는 뜻이다.

상효는 음위에 음효로 상괘 감괘의 최극위이다. 초구는 여우의 꼬리에 해당하고 상육은 여우의 머리에 해당한다. 기제괘의 괘상 자체가 물을 건너 가는 여우의 모습이다. 초구에서는 꼬리가 젖을 것을 걱정해 개울을 건너지 않았는데(濡其尾) 상육에서는 머리까지 적셔 버렸으니(濡其首) 그 위태로움이 대단히 크다. 상육은 개울을 건너서는 안되는 음유한 소인인데 모험을 감행하여 머리까지 물에 빠져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상전에서는 ‘여우가 강을 건너다가 머리를 물에 적셔 위험하니 어찌 오래 갈 수 있겠는가’라고 해 ‘유기수려 하기구야’(濡其首厲 何其久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머리가 아플 일이 생기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힘들다. 완벽함이 없어지고 미완성의 시대가 오기 때문에 근심이 많다.

초효는 꼬리에 해당하지만(濡其尾) 상효는 머리에 해당된다. 머리가 물에 빠져 젖으니(濡其首)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기제를 초길종난(初吉終亂)이라 하는데 상효는 종난(終亂)의 시기로 괴란(壞亂)과 복멸(覆滅)의 때를 만나 기제가 극해서 이제 미제(未濟)가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꼬리를 적시면 중단해야 하는데 욕심에 눈이 어두워 더 깊이 들어가 머리까지 적시면 더 나아가지도 못함을 물론, 되돌아오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무사안일(無事安逸)에 빠진 백제 의자왕, 당나라 현종이 처한 상황과 같다.

점사에서 기제괘 상육을 얻으면, 추진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빨리 단념하지 않으면 대실패의 큰 재앙을 만난다.

손을 땔 수 없을 만큼 쇠퇴했고 모든 것이 이제는 한 여름 밤의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불가하다. 멸(滅)에 이르는 쇠운(衰運)이므로 이욕(利慾)을 버리고 속히 물러나 생명이라도 보전하는 방책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운기, 운세는 의지할 나무 그늘 조차도 없을 정도로 흉하고 수난(水難)의 우려가 있다. 바라는 바도 통달하지 못하니 빨리 단념하지 않으면 재앙을 당한다. 사업도 대실패의 흉조가 농후하고 이미 파산에 이른 상태이니 물러나는 일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속히 물러서서 상해(傷害)를 피해야 한다.

거소(居所)에는 수난(水難)을 당할 우려가 있고 오래 거주할 수 없는 상으로, 옮기고 머무는 것을 반복하여 일가(一家)가 위태롭다. 혼인은 대흉으로 당사자 간에는 깊숙이 빠져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고 출산은 역아(逆兒)이거나 유산(流産)의 우려가 있으며 태아의 생명이 위태롭다. 기다리는 사람은 장애가 있어 오지 못하고 가출인은 상당한 곤경에 빠져 있으며 분실물은 혼잡한 곳이나 물가에서 잃었고 찾기 힘들다. 병은 생명이 위험하다.

‘실점예’로 ‘중병 중인 환자의 병점’에서 ‘기제지가인’(旣濟之家人 上動)을 얻고 점고하길 ‘상효가 동(動)함은 기제의 끝으로 종말(終末)이 왔다는 의미이니 앞으로 60일 후, 연말(年末) 감수(坎水)의 수왕절(水旺節)이 끝난 때에 명(命)을 다하는데, 부인의 적극적인 간호에 힘입어 손풍(巽風)의 목왕절(木旺節)까지 살 것’이라고 해 역시 그러했다.

‘모인의 운기 여하’를 입서해 기제괘 상육을 얻고 점고하기를 ‘기제는 이미 일이 이뤄져 있는 괘이니 완비하고 있는 것을 파괴해서는 안되고 지킨다는 정신을 굳건히 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효를 얻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사업을 일으켰으나,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 버린 것이다. 마치 수영이 미숙한 자가 큰 냇물을 건너려 하다가 중간 쯤에서 힘이 다빠져 익사(溺死)하는 경우와 같다. 이를 유기수 려(濡其首 厲)라고 한 것이다. 속히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생각을 버리고 더 이상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단호하게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혼인의 길흉 여하’에서 입서해 상효를 얻으면 혼인을 해서도 안되고 혼인은 이뤄지지도 않는다. 모두 포기함이 현명하다.

기제괘는 초길종난(初吉終難)으로 ‘완성은 곧 붕괴(崩壞)’라는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상괘 상효에서 그러함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기제괘는 변괘에서 만나는 것이 길하고, 일상적인 작은 일에는 길을 얻으나 대사(大事)에서는 별 재미가 없다. 그러므로 일단 성취한 것을 오랫동안 보존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새로운 계획이나 변혁을 절대 시도해서는 안된다. 이뤄진 것에 대한 오만과 나태로 인해 이뤄진 일이 흩어지고 마니,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마음가짐이 대단히 중요하다.

(동인·도시계획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