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약동에서 색채로’…한국적 인상주의 오지호 작품세계 조망 [전남도립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오지호 탄생 120주년 공동 기획전] 일본동경예술대 졸업 작품 ‘자화상’부터 국가등록문화재 ‘남향집’ 등 대표작까지 고흐·모네 프랑스 인상주의 소개 VR체험 최명진 기자

2024년 11월 17일(일) 19:18

오지호·김주경 2인화집에 수록된 작품 이미지(사진 上)와 국가등록문화재 ‘남향집’ 등을 전시 중인 1부 전경

'자화상’

오 화백이 사용하던 이젤과 팔레트, 작업의자 등이 전시된 공간.

내년은 한국 인상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지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이다. 그는 한국의 자연과 풍토를 주제로 ‘빛에 의해 약동하는 생명’을 표현하고자 인상주의 기법을 도입,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맑고 밝은 색채와 빛을 통해 드러나는 자연의 생명력은 오 화백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특징이다. 한국 자연주의와 서구 인상주의 화풍을 결합한 그의 그림은 동양적 정신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전시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오지호 화백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작품 100여점을 비롯해 아카이브 100여점, 데드마스크 등 오지호의 유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크게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인상주의 천착기 제작된 작품을 선보이는 1부 ‘인상주의를 탐색하다’, 해방 이후 남도의 산·바다 풍경 등을 담아낸 2부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 3부 1970년대 이후 남도의 모습과 유럽 여행 풍경, 아카이브를 전시 중인 3부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이다.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오지호의 자화상이다. 동경예술대학 졸업생들이라면 반드시 그려야 하는 졸업작품으로, 이곳 전시 공간에서는 함께 공부했던 김홍식, 김용준의 초상화를 비롯해 오지호의 스승이자 일본 대표 인상주의 화가인 후지시마 다케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최초 서양화 미술 단체인 ‘녹향회’ 활동 당시 그린 그림,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2인화집’에 수록된 ‘처의 상’, ‘임금원’도 함께 전시 중이다. 국가등록문화재이자 한국적 인상주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남향집’도 만날 수 있는데, 그림에 담긴 따스하고도 정겨운 분위기가 한동안 발길을 붙잡았다.

2부는 광주와 목포 등 남도의 산, 바다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꽃과 식물, 열대어 등을 그리며 남도 서양화단을 주도했던 시기(1946-1970) 작품들이다. 여기에서는 오지호의 화업을 이어나간 아들 오승우와 오승윤, 장손 오병욱의 작품을 함께 감상해볼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빛과 색채로 구축한 남도 풍경부터 1974년과 1980년 두 차례 유럽 여행을 통해 담아낸 이국 실경 등은 3부에서 전시 중이다. 특히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으로 남겨진 ‘쎄네갈 소년들’도 선보인다.

작품 뿐만 아니라 문헌과 사진, 실물자료 등을 토대로 구성된 아카이브도 다채롭다. ‘구상회화론’, ‘순수회화론’, ‘피카소와 현대회화’ 등 다양한 주제의 회화 관련 논문 자료도 있다. 민족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말 표기와 국한문 혼용 사용, 한자교육 운동을 주창한 사회사상가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오 화백이 사용하던 이젤과 팔레트, 작업의자 등 유품들이 마지막 공간을 채우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자연 속 아름다움을 한국의 빛과 색채로 담아내려 했던 그의 화업 인생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와 연계된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겨볼 수 있다. 프랑스 인상주의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VR체험이다.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수련의 집착’을 바탕으로 지베르니 정원으로 떠나보기도 하고,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을 손동작 등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즐겨볼 수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오 화백만의 빛과 색채로써 자연과 대상에 대한 생명력을 담아낸 작품들을 감상하며 생명의 찬가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오는 19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며, 28일 오후 2시에는 전시 연계 국제 학술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