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에서]행정통합, 허송세월 안하려면 김종민 논설실장 |
| 2024년 11월 21일(목) 1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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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와 부산시도 새로운 통합지방정부를 신설하거나, 최상위 기구인 준주(準州)를 두는 내용의 기본 구상안을 공개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내년에는 정부 차원에서도 실행을 위한 본격 준비에 착수한다.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4개 시도는 행정통합보단 느슨한 형태의 ‘충청광역연합’을 이르면 2025년 1월 발족한다. 이미 각기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조례와 규칙, 자치법규 제정안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광주시와 전남도의 사정은 어떤가. 초광역화 흐름 속에 행정통합 관련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상생과 소통을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할 구심체마저 유명무실하다. 주요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 갈등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실질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막중한 시기에 실상은 ‘따로국밥’이다.
왜일까. 상생협의회가 핵심 의제인 광주 군공항 이전에 가로막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의 중심으로 육성해 호남 발전을 견인하고, 광주공항 부지를 혁신 거점으로 만드는 사업인데도 10년이 되도록 표류 중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3자 간 입장이 얽히고 헝클어져 솔로몬의 지혜라도 구해야 할 상황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전북특별자치도와 7년 만에 정책협의회를 갖고 호남권 메가시티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것도 초광역 교통망을 확충하고 산업 협력 벨트를 구축하는 등 경제동맹을 내실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행정 통합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들었으나 늦은 감이 있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이슈였다. 대구·경북 등과 달리 협의가 단절된 것 같다며 구체 계획을 추궁한 것이다. 이에 강기정 시장은 “선 기능 통합 후 행정통합 원칙에 공감하고 광역철도, 에너지 정책 등을 먼저 함께해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도는 특별자치도 연내 입법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도민 공청회, 국회 세미나 등으로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 지방소멸 최대 위기 지역인 만큼 에너지·관광·농어업·첨단산업 등에 대한 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실질적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운다.
시도민들은 우리만 뒤처지지 않을까 마음이 급하다. 지자체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넘어온다. 걱정이 많다. 광주시는 경제공동체에, 전남도는 특별자치도에 공들이고 있다. 전북과 함께 호남권 연합도 거론되기만 했을 뿐 이제 막 시작이다.
함흥차사다. 2020년 11월 민선7기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두 지역 정치, 경제,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며 합의문에 서명했다. 용역 1년, 검토 6개월을 거친 뒤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로드맵과 함께 시청과 도청은 기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진전이 없다.
국감에서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광주전남연구원이 연구 용역을 하며 행정통합에 대해 유보적 결론을 내렸고 결국 기관도 분리됐다. 이게 현주소다”고 꼬집었다.
지방행정체제는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작 이후 30년이 되면서 인구 감소 지방 소멸, 행정 구역 생활권 불일치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초광역권이 국토 균형과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접근 전략인 것이다. 전문가들도 500만명 정도가 돼야 자생력이 있다고 본다.
2024년도 한달 여 남았다. 이대로 올해도 넘어갈 것이다. 그야말로 허송세월 아닌가.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출생아는 급격히 줄고 있다. 광주·전남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다른 광역시·도와 견줘봐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향후 10년, 20년 뒤 닥칠 ‘혹독한 겨울’을 제때 대비할지 염려스럽다.
2026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2027년 3월 대통령 선거, 202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등의 굵직한 정치 일정이 이어진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결단해야 한다.
행정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존의 길이다. 더구나 광주·전남은 역사적으로도 한 뿌리 생활공동체다. 해서 진정 의지가 있다면 시도민에게 답해야 한다. 강 시장과 김 지사가 진짜 미래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