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초된 주민자치, 기초단체장이 살려야 한다 / 임우진 |
| 2024년 11월 25일(월)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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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는 기초단체장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과 육성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활성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초단체장이 주민자치를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과정에 꼭 인식하고 유의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제시해 본다.
먼저 주민자치 성숙발전을 위한 핵심포인트로서 육성정책에 반영돼야 할 세 가지다. 첫째, 우리가 육성하려는 주민자치는 제도의 실시와 함께 자치의식과 문화의 배양 등 마을공동체의 종합적인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매우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로서 기초단체장의 기본책무로 돼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육성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통상적 방법이 아닌 보다 다각적, 단계적, 전문적인 전략을 필요로 한다. 둘째, 주민자치 육성은 주민자치를 정도로 운영할 수 있는 자치의식(자발성, 자주성, 자율성)과 민주의식, 자치역량의 함양 등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민원해결, 시설설치 등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가는 합리적 방법과 과정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셋째, 자치·민주의식과 역량의 함양은 정도자치를 통해 육성된다는 점에서 정도자치 실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상 3가지 핵심포인트의 실천을 저해하는 주민자치의 속성과 환경여건으로서 각별히 유의해야 할 3가지다. 첫째, 주민자치가 관의 지배나 의존으로부터 주민으로의 권력이동이라는 본질적 속성에 비춰 볼 때, 주민자치육성과정에 단체장과 공무원은 주민자치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하고 가능한한 주민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또한 단체장의 주민자치에 관한 의견은 구체적 지시보다는 포괄적 방향제시, 수준과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 지시 명령보다 지도 지원, 애로 해결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주민의 자율적 논의를 통해 구체화 되도록 한다. 둘째, 단체장은 선거직의 딜레마적 상황에서 자치발전 저해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즉 선거직 단체장은 주민지도자 등을 자신의 정치조직으로 세력화하려고 하나, 그렇게 할 경우 건전한 주민자치는 육성될 수가 없게 된다. 즉 주민지도자는 정치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마을문제는 주민들의 자치적 논의는 생략된 채 단체장과 직접교류와 정치적 해결에 의존하게 돼 주민의 자치의식의 성숙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단체장이 주민지도자를 정치조직화 등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정도의 주민자치육성은 어려운 일이 된다. 셋째,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와 일당독점의 지역정치가 지역사회에 많은 폐해를 유발하고 주민자치 성숙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즉 세력확대가 최대의 목표인 정치가 공동체를 분열시켜 주민통합을 추구하는 주민자치의 건전한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지역독점 정치는 비판기능 약화, 다양성 상실로 지역쇠퇴를 가중시키고, 지역적 과제의 자치적 논의 체제가 붕괴되어 간다. 단체장은 이런 정치환경에서는 자치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폐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자신의 정치와 선거로 인한 지역사회와 주민자치의 분열갈등을 막고 이를 지켜내겠다는 도덕성과 애향심을 발휘해야 한다.
이상처럼 단체장은 주민자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육성의지로 주민자치를 육성하려고 해도 처해 있는 정치환경이 매우 취약해 주민자치를 성숙시켜가기가 쉽지 않다. 관건이 되는 것은 현실정치 속에서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지역과 주민의 이익에 따를 것인가 자신과 당파적 이익을 따를 것인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직에 연연하기 보다는 당당하게 정도를 걸어 모든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영원히 이름과 명예를 남기는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