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공감의 힘 / 조영서

2024년 11월 27일(수) 19:13

조영서 주월초등학교 교사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그 ‘마음먹기’다.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결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며 축적된 다양한 순간의 감정들이 만들어 낸 정서적 상태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순간의 감정과 오늘의 기분은 정서로 이어지고,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그렇다면 정서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서가 안정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학업 성취도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따뜻한 공감과 정서적 지원을 받은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자신만의 지속적인 동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학업 성과를 극대화하며 학습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오늘날의 교육 환경에서, 안정적인 정서와 내적 동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는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정보의 이해력과 기억력을 높인다. 가령,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학생들로 하여금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도록 이끈다. 반면, 부정적인 정서는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해 정보 처리 능력을 방해하거나 학습 자체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및 부정적 경험들은 내면에 축적되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긍정적 및 부정적 경험을 촉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학업 성과의 극대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들의 정서 형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서적 지지와 공감은 교사가 제공해야 할 핵심 요소다. 교사는 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실패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왜 못했니?”라는 비난보다 “어떠한 점이 어려웠니?”처럼 문제해결 중심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각기 다른 학습 수준을 존중해 줘야 한다. 반대로, 작은 성공 경험일지라도, 이를 “잘했어!”라는 추상적인 칭찬보다, “오늘은 네가 문제를 단계별로 나눠 차근차근 분석한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특히, 어려운 부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태도가 돋보였어”와 같이 구체적으로 칭찬해 줘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줄 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용기와 동기를 불어넣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상호간 신뢰를 형성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게 한다. 교사가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하면, 학생들은 더 큰 동기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발표를 두려워하는 학생에게 “발표 전에 몇 번 연습해볼까? 내가 같이 도와줄게. 네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훨씬 자연스러울 거야”라고 말하며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한다면, 학생은 점진적으로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공감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학습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진다.

정서적 안정을 위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는 경쟁 중심의 분위기를 줄이고, 협력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교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서로의 아이디어와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놀이와 예술 활동처럼 창의적인 표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정서를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15분간의 놀이와 매일 꾸준히 하는 음악·미술 활동은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고 안정감을 찾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미래 사회를 향한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서적 기반과 서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탐구하도록 해야 한다. 공감과 정서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교육은 학생들을 단순한 학습자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주체로 성장시킬 것이다. 학생들이 내면을 탐구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배움을 확장할 때, 교육은 단순히 성취를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결국, 미래를 여는 열쇠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 열쇠를 돌릴 수 있는 것은 정서와 공감의 힘일 것이다. 교육이란 바로 그 열쇠를 가지고, 학생들 마음의 문 앞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