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상’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개시 광주고법, 발생 15년만 내일 첫 공판 기일 개최 부녀, 무기징역·징역 20년…‘위법 수사’ 등 쟁점 안재영 기자

2024년 12월 01일(일) 19:51

사진=연합뉴스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4명이 죽거나 다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재심이 발생 15년만에 개시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오는 3일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확정받은 A(74)씨와 그의 딸 B(40)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 기일을 연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9년 7월6일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2명이 죽고 2명이 다친 사건의 공동 피의자로, 피해자 중 한 명은 이들의 아내이자 엄마였다.

피의자 특정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졌다. 최초에 수사를 맡았던 순천경찰은 피해자들이 마신 막걸리가 담겨 있던 병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누가 넣었는지에 대해선 규명하지 못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B씨에 대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 추궁해 “아버지와 함께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당에 둬 어머니가 마시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던 부녀가 이를 들키자 아내이자 엄마인 피해자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으로 보고 기소했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 결과와 피의자의 자백에 대해 1·2심 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심을 맡았던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부녀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범행에 사용된 청산가리와 막걸리의 구입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광주고법은 이들이 자백을 번복하긴 했으나 주요 내용은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2년 3월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부녀는 형을 확정받아 각기 다른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는데 썼다던 숟가락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등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판결 확정에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해당 부녀도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오다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확정판결 후 10년 만인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청구 당시 박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자들을 회유, 압박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하며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법은 검찰의 위법 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며 지난 1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법 수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항고했으나, 대법원이 개시 결정 절차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 다시 한 번 법정 공방이 열리게 됐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는 청구 과정에서 언급된 검찰의 위법 수사와 변호인 측에서 주장하는 무죄에 대한 증거 능력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A씨와 B씨는 재심 결정 당시 형 집행 정지도 받아 자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