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재심 첫 공판…입장차 ‘극명’ 검찰 “유죄 인정” vs 변호사 “증거 은폐”…다수 증인 예정 부녀 관계 제보 진위 등도 쟁점…내년 2월11일 재판 재개 안재영 기자

2024년 12월 03일(화) 20:00

사진=연합뉴스

15년 전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4명이 죽거나 다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된 부녀가 진짜 범인인지 가리는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3일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확정받은 A(74)씨와 그의 딸 B(40)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을 열었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9년 7월6일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2명이 죽고 2명이 다친 사건의 공동 피의자다.

피해자 중 한 명이 이들의 아내이자 엄마였고 검찰이 범행 동기로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목하면서 세간에 큰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의 재심은 검찰의 ‘위법 수사’를 주장해 온 박준영 변호사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확정판결 후 10여년 만에 열리게 됐다.

부녀의 형 확정이 대법원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 2심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뤄졌던 거라 재심 대상은 유죄 판결이 내려진 항소심이다.

이 재판은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함에 따라 열렸던 터라, 이날도 검찰은 그때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며 “피고인들의 자백과 정황에 비춰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무죄라는 입장과 함께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가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를 구입했다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을 비추는 CCTV에 A씨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숨기는 등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중요 증거를 감췄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박 변호사는 극명히 갈리는 서로에게 반박하기 위해 다수의 증인을 신청했다.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던 C 검사와 D 수사관은 양측 모두 신청함에 따라 재판부는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신청자 중 양측 모두 동의하지 않은 이도 있어 이에 대한 채택 여부와 함께 증인 최종 확정은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미확정된 증인 중에는 최초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 기능의 당시 과장과 A씨와 B씨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자백을 받아냈다는 E 수사관도 있는데, 박 변호사는 “제보자로 지목된 경찰은 (제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신문할 증인을 선별한 재판부는 다음 해 2월11일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들의 무죄를 뒷받침하기 위해 박 변호사가 신청한 2명이 나올 예정이다.

첫 재판이 끝난 뒤 A씨와 B씨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 모두 무죄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억울함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이 무죄면 진범이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공소시효가 없는 사건이기에 이 부분은 수사기관의 과제”라고 언급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