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둠 뚫고 빛 밝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2024년 12월 11일(수) 19:41

광주시청 행정동 앞 잔디광장에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조형물이 점등됐다. 높이 12m, 길이 49m 크기의 아치형 구조인 ‘빛고을무지개’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조명을 달고, 전면부에는 기념 포토존도 꾸몄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표지를 형상화한 시설물이 눈길을 끈다. 2025년 1월 31일까지 불을 밝힐 계획으로 시민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2024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수여받았다. 대한민국 최초이며, 아시아권 여성으로도 처음이다. 선정 기관인 한림원은 작품 세계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벨재단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심오하게 탐구했다”고 치켜세웠다.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우뚝 서는 순간을 지켜봤다.

깊은 절망과 어둠 속에서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 5·18민주화운동의 도시 광주를 재차 각인시켰고,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의 부당함을 알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다. 지금, 광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들불로 번지고 있다. 중무장한 계엄 세력에 온 몸으로 저항해 가까스로 사수한 민주주의는 대통령의 탄핵, 책임자 처벌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단체도 총결집, 매일 규탄 집회를 이어가는 등 정권 퇴진을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엄중한 비상 시국이다. 시민들이 마음껏 환호하지 못하는 이유다.

‘친애하는(dear) 한강’이 호명됐다.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블루카펫을 밟고 나타났다. 반복되는 폭력과 억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들에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