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얼굴이 비뚤어지는 ‘안면신경 마비’ / 곽희호

2024년 12월 11일(수) 19:41

곽희호 목포청연한방병원장

추운 날씨에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이나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며 얼굴이 비뚤어지는 환자들이 있다. 이 증상은 ‘안면신경 마비’,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口眼 斜)’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겨울철에 호발한다.

안면신경 마비는 뇌신경의 7번째에 해당하는 안면신경에 염증이 발생하여 신경섬유가 압박되고 얼굴표정근육이 굳어 안면의 불편감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갑작스런 한쪽 안면부의 문제는 중추성인 뇌졸중과 말초성인 안면신경 마비를 감별해야 한다. 중추성의 문제가 있으면 안면부 마비가 심하지는 않아 미약하게 이마주름을 짓고 눈을 감을 수가 있다. 하지만 뇌의 병변이기 때문에 반신마비나 실어증을 동반할 수 있다. 반면에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는 얼굴이 굳어 움직임이 불가한 상태를 보인다. 이번 칼럼에서는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를 다루기로 한다.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는 한쪽 눈과 입의 움직임이 마비되고 이마주름을 만들 수가 없다. 이로 인해 눈물이 계속 나오거나 음식물을 흘리게 된다. 증상이 심하면 두통, 어지러움을 동반할 수 있다.

안면신경 마비의 진단은 문진, 안면 신경전도 검사를 활용한다. 환자의 안면근육 마비 상태를 진찰하고 말초성의 문제로 확인되면 안면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여 신경이 어느정도 기능하고 있는지를 검사한다. 신경 전도검사 결과가 낮을 수록 병태가 심한 상태이다.

안면신경 마비는 증상이 발생한지 72시간 내로 초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3개월의 치료기간이 필요한데 초기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면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후유증이 유발될 수 있다.

신경의 문제는 발병 후 1-2주 동안은 악화되는 특성이 있어 초기 치료를 받더라도 즉각적인 호전도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초기치료를 시행해야 예후가 양호해진다.

안면신경 마비의 치료에는 한방·양방 협진치료가 효과적이다. 안면신경의 바이러스와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증상이 악화되는 초기 1-2주에는 약물치료로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침구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침구치료는 마비된 안면근육인 안륜근, 구륜근 등을 직접적으로 풀어주고, 안면신경의 염증을 줄여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한다. 귓구멍에서 바로 앞쪽에 움푹 파인 구멍으로 입을 열고 닫을 때 오르내리는 부위인 하관(下關)혈, 엄지와 검지 손가락의 뿌리가 만나는 오목한 지점인 합곡(合谷)혈 등이 활용된다.

한약치료 또한 안면신경 마비에 근거있는 치료가 된다. 시령탕(柴�c湯)은 약물치료인 스테로이드에 비하여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추운 날씨에 발생한 안면신경 마비에는 견정산(牽正散)을 활용한다.

안면신경 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질환은 특별한 발병원인 없이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이 문제이므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멀리해야 한다. 특히 대상포진 바이러스도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면신경 마비 환자의 생활관리로는 인공눈물, 핫팩 등이 효과적이다. 눈이 감기지 않아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인공눈물을 점안하거나 수면 시 안대를 사용해 눈을 보호해줘야 한다. 그리고 굳은 안면근육을 풀기 위해서 부드럽게 안면근육을 마사지해주거나 핫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업무와 스트레스에 힘들더라도 항상 밝고 고운 얼굴을 위해 면역력을 잘 관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