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의 '문화터치']소설가 한강이 보여준 ‘예술의 힘’ |
| 2024년 12월 12일(목)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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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예술은 과연 무엇일까. 흔히들 말한다. 예술은 사회와 시대의 거울이라고. 고흐의 그림은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표현했다. 또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했으며, 힙합 음악은 현대 도시 사회의 불평등과 목소리를 담아냈다. 예술이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시대의 정신과 인간 경험을 기록하고, 후세대는 예술을 통해 과거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은 결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시대를 혁신하고 이끄는 에너지도 품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예술의 힘이 작동한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고흐, 클림트, 에곤 실레, 그리고 카라바조 등 미술거장들의 작품이 여기저기에서 잇따라 전시됐다. 한꺼번에 이들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호사였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창의적 표현, 소통의 도구라는 예술의 기능 수행은 기본이었다. 앞서 거론한 예술의 혁신성이 도드라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존의 표현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끌어낸 혁신가들이었다. 자신들이 살던 시대의 틀을 깨며 예술적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고흐는 강렬한 색채와 붓질로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감정을 담아내며, 후기인상파의 문을 연 인물이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는 비엔나 분리파 운동을 통해 당시 사회가 금기시하던 주제와 인간의 감정을 대담하게 탐구하며 모더니즘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바로크 미술의 길을 닦으며 인간의 고뇌와 영적 갈등을 생생히 표현했다. 이들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을 간단히 뛰어넘었다. 기존의 가치관과 규범을 도전하며 새로운 사고방식을 이끌어내는 혁신을 일궈낸 것이다.
이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이 가진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한강의 작품은 폭력과 상처, 연민과 치유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한국이라는 특정한 맥락을 넘어서 세계적 공감을 얻어냈다. 그의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으로, 개인과 사회가 겪는 아픔과 치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고통받는 인간에게 공감과 위로를 제공하며,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성취이자, 예술의 보편적 힘을 입증한 일이다.
예술의 나아갈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다. 단순히 미적 만족을 제공하는데서 탈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대와의 소통이 필수다. 문제를 제기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예술의 지향점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창작은 인간의 경험과 상상력을 확장하고, 공감과 혁신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서야하는 존재다. 사회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발현해야 한다. 이러한 예술의 힘이 우리의 내일을 밝게 비춰줄 동력인 것이다. 그걸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