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예수님 아닌가요? / 이계양

2024년 12월 15일(일) 18:58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때를 대림절(待臨節)이라 해 예수님의 오심(성탄)을 기다리며 경건하게 보낸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오래전 페이스북에서 읽었던 <혹시 예수님 아닌가요?(Are you Jesus?)>라는 이야기를 상기하게 된다. 요약해 본다.

회사원인 폴이 뉴욕에서 회의 후 동료들과 공항으로 가려는데 금요일 저녁이라서 교통체증으로 택시 잡기가 몹시 어려웠다. 기적처럼 빈 택시가 왔다. 동료들이 재빨리 택시를 타려고 달려가다 길가 노점상의 야채 과일 박스를 차버려 과일과 야채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동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택시를 탔고, 그 자리에 멈춰 선 폴에게 “빨리 타라. 비행기 놓친다”고 외쳐댔다. 폴은 동료들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노점상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각장애인이었다. 앞 못 보는 할머니가 길바닥의 과일과 야채를 어찌 주워 담겠는가? 폴은 울고 있는 할머니를 위로하며 야채와 과일을 하나씩 줍기 시작한다. 그 곁을 지나는 누구도 노점상 시각장애인 할머니의 울음과 폴의 행동에 관심이 없었다.

폴은 야채와 과일을 수습한 후 지갑에서 돈을 꺼내 할머니 손에 쥐어주며 “할머니, 이 돈이면 손해 보신 것 충분히 해결될 거예요”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렇게 물었다.

“Are you JESUS?(혹시 예수님 아닌가요?)”

당황한 폴은 “나는 절대 예수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자 시각장애인 할머니가 “조금 전 과일과 야채가 땅에 떨어질 때 도움을 요청할 분은 예수님 한 분밖에 없어 ‘JESUS please come help me.(예수님 나에게 오셔서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기도의 응답처럼 당신이 와서 나를 도와주었으니까, You must be JESUS.(당신은 예수님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폴은 비행기를 놓치고 뉴욕에서 하룻밤 더 머물면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When was the last time someone confuesd you for JESUS?” (누군가가 당신을 예수님 같다고 착각하게 했을 때가 언제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의료, 교육, 외교, 국방 등 모든 분야에 만연한 불법, 탈법, 무능, 무책임, 무도함, 부정, 불공정, 몰상식의 끝에 2024 12·3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2·7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12·8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의 ‘대통령을 질서 있게 조기 퇴진’, 12·12 대통령의 적반하장 담화 발표 등 누가 봐도 명백한 위헌, 위법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오로지 사적 이익과 정당의 집단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정국은 분노와 황당에 몸서리치게 한다.

오죽하면 교수신문은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겠는가. ‘도량’은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 ‘발호’는 “권세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이란 뜻이다.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분열 사회에서 가지는 가장 전형적인 특성 중에 하나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득을 우선시해서 권력을 사용한다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이 비상계엄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 장의 권력 남용, 검찰 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명태균·도술인 등 사인에 의한 국론 분열 등은 하나같이 사익과 특정 기득권 집단의 이기심을 채우려 한 결과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복리라는 공적 유익과 가치는 한낱 구두선일 뿐이다.

세상엔 나(자기)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과 폴처럼 할머니(타인)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나만 생각하며 살 수 없음은 너무 자명하다. 더더욱 학식, 재능, 돈,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은 국민의 안녕과 복리 증진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것이 지당하며, 특히 어렵고 아프고 고통 중에 있는 할머니(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찾아가고 귀 기울이고 보살펴야 한다. 그리하여 할머니(국민)들이 “혹시 예수님 아닌가요?” 하고 묻게 돼야 한다. 그때 지도자들은 “나는 절대 예수가 아닙니다”라고 펄쩍 뛰고, 다시 국민들은 “당신은 예수님이 틀림없습니다”고 말하게 돼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예수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이때 지도자들은 “누군가가 당신을 예수님 같다고 착각하게 했을 때가 언제인가?”를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이 폴과 할머니처럼 한 공동체임을 확인하고 싶다.

“Are you JESUS?” (혹시 예수님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