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노벨문학상 그리고 사랑과 희망 / 김영집 |
| 2024년 12월 16일(월) 18:16 |
|
대한민국 국회는 무장한 군인들을 뚫고 계엄선포 후, 2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과 전국 도처에서 연일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국방장관·경찰청장 등 내란 피의자들이 구속되고 연일 내란주범과 동조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수사의 칼끝은 내란 수괴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의 탄핵안 상정 끝에 국회는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켰다.
계엄과 탄핵의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식이 열렸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순간이기에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더욱 빛났다. 한강 작가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의 12월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기록될 시간이 됐다. 시대착오적인 위헌적 쿠데타에 맞선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친 독재자의 망동으로 국제적으로 망신에 빠진 한국을 우리 국민들은 놀라운 회복탄력성으로 민주주의를 회복시켜내 국가의 명예를 살려냈다.
이 순간 우리는 ‘한국에서 폭력은 극복 가능한 것인가’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국문화에는 우울한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봉건시대의 신분제 차별 억압 그리고 식민지 전쟁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압제 수탈 차별의 근대사는 매우 깊은 폭력의 상흔을 남겼다. 그래서 정치 사회 가족 등 여러 단위에서 폭력의 문화가 존재하는 듯하다.
소설가 한강은 이러한 폭력에 대해서 질문하면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등의 작품을 썼고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을 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이란 위대한 가치를 표현해 냈다.
노벨상이 한강을 주목하고 수상한 이유는 폭력에 대한 저항과 끈질기고 악착같고 처절하게 생명을 살리는 인간의지를 문학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었다.
한국사회의 과제는 잠재돼 있는 폭력이 정치적 정의·사회적 화합·인간적 존엄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저항은 폭력에 대항하는 가장 기본적 권리이자 수단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버티게 하는 힘도 저항을 통해 나온 것이다.
만일 국민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한 순간에 끔직한 폭력 공화국이 되었을 것이다. 광주시민의 저항, 6월항쟁, 촛불 탄핵으로 이어지는 국민 저항운동이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었고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도록 해 줬다.
폭력은 저항의 크기에 따라 줄어든다. 민주주의 역시 저항을 통해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한국사회에서 폭력문화가 깊을수록 이를 극복하는 저항의 문화는 더 커져야 한다. 폭력 트라우마도 이런 저항을 통해 극복돼 질 수 있다.
윤석열은 폭력 속에 사로잡힌 인간이다. 검찰 폭력을 통해 배양됐고 정권 내내 잦은 폭력을 행사했고 마침내 극단적인 내란 계엄으로 국민들을 폭력으로 통치하려했다. 그러나 광주의 경험을 통해 배양된 국민의 저항은 윤석열의 폭력을 능가했다. 그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다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즐기고 있다.
탄핵 가결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을 이루게 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희망은 쎕니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폭력과 동시에 아름다운 세계에서 “모든 질문은 사랑을 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랑하기에 폭력을 이기고 희망을 만들며, 희망이 있기에 존엄한 인간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을 우리 국민은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