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에서]한강 노벨문학상이 더욱 각별했던 것 |
| 2024년 12월 19일(목) 1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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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일까.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실되게 묘사하는 예술 분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곤 한다.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한강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된 것도 그랬다.
이 소설을 더 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체념했을 때 우연히 접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에서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를 읽고선 벼락처럼 알게 됐다고.
‘국민의 나라’다. 국회가 즉각적으로 12·3비상계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도록 한 것 모두 주권자들이 해냈다.
반헌법적인 계엄령이 발령되고 정국이 혼돈스런 와중에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들을 보았다…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대사의 비극을 작품 소재로 다룬 한강은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잔잔한 어조로 가장 부끄러운 현실을 소환했다.
대한민국에서 계엄은 군사독재의 유산으로 치부되며 금기어가 됐다. 그런데도 불행하게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날 새벽 공수부대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고 창문을 깨 건물 내부로 난입했다. 헌법에 의해서 설치된 국회를 전복시키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자명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였다.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의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위해 선포할 수 있다’. 헌법 77조항에 어긋났다.
1980년 5월 그때처럼 광주는 공포감, 분노로 밤을 지샜다. 군대를 앞세운 계엄을 통해 국민 기본권을 말살한 반역이자 내란이다. 광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혔다.
단 1초라도 국군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직을 맡길 수 없었다. 추운 겨울에 다시 거리 투쟁에 나섰다. ‘시민의 힘’으로 계엄 해제에 성공한 국회는 ‘시민의 뜻’에 따라 탄핵안도 통과시켰다. 마침내 ‘질서 있는’ 파면의 시간에 들어섰다.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 2024년 12월, 누구도 납득 못할 계엄령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군인도, 경찰도 너무 많이 달랐다. 애초부터 ‘성공한 혁명’은 불가능했다. ‘놀라게 해 미안하다’고 기막힌 사과를 했던 피의자는 권한이 정지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당당하다. 굴욕적으로 막을 내린 친위 쿠데타를 애써 부정하고 있다.
국민이 또 이길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는 ‘실패한 반역’으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두려움이 있더라도 물러설 수 없다. 이 땅에 불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빛의 혁명’이라 부른다. K-민주주의는 더 굳게 다져질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도왔다.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했다. 한강의 바람처럼 국민들은 압도적인 폭력과 억압에 지금까지 굴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4년 전, 5·18민주화운동을 겪었고, 배웠던 학습효과다.
계엄군의 총에 쓰러진 열다섯살 열사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한다. 한강은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부서지기 쉬우며 연약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축적된 힘을 가졌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 던지는 메시지일까. 내란 사태의 한복판에서 노벨상 수상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