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아시아적 정서 주목…사물에 담긴 고유 언어 마주하기 ●ACC 포커스 기획 전시 ‘구본창: 사물의 초상’…내년 3월30일까지 3개 섹션…역사적 배경 품은 백자·금관 유물 연작·인물 초상 한자리 미공개 영상 작품 ‘코리아 판타지’ 최초 공개…미니 다큐 영상 상영도 글·사진=최명진 기자

2024년 12월 22일(일) 18:16

ACC 포커스 ‘사물의 초상’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구본창 작가.

10m 높이에 설치된‘백자 연작’(위)과 대형 라이트 박스 안에 담긴 ‘황금 연작’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된 미공개 영상 작품 ‘코리아 판타지’(앞쪽)와 가벽에 설치된 ‘탈’ 사진 연작.

‘꼭두’ 연작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인 구본창 작가. 그의 사물 작품은 피사체의 물성과 그 내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촬영된 것으로, 초상사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내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ACC 포커스’ 기획전시를 새롭게 개편해 세계적인 아시아 현대 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인다.

ACC는 그 첫 번째 초대작가로 구본창 작가를 선정, ‘사물의 초상’을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주로 2000년대 이후 작가의 주요 사물 연작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에서는 한국전쟁 유물, 조선백자, 신라금관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품은 유물 연작을 만날 수 있다.

해외로 유출된 백자를 찍은 사진 ‘백자’ 연작들이 전시장 10m 높이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미처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백자의 영혼이 떠다니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대형 라이트 박스에 담긴 ‘황금’ 연작은 마치 땅에 묻힌 신라 금관을 떠올리게 한다. 신라시대 황금 유물이 가진 화려하고 섬세한 미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사진 작품이다.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를 주제로 한 2부 전시에서는 작가의 미공개 영상 작품 ‘코리아 판타지’를 최초 공개한다. 한국 전통문화의 모티브 중 하나인 ‘단청’을 변주한 영상으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여러 개 가벽을 세워 양면에 각각 ‘탈’ 연작과 ‘꼭두’ 연작을 배치해 놓은 전시 구성도 돋보인다.

또 15세기 무렵 프랑스 고건축물 장치인 ‘샤스루(chasse-roue)’에 주목한 ‘샤스루’ 연작과 빈 상자 혹은 빈 공간을 주목한 ‘인테리어’, ‘오브제’ 등 다양한 연작도 전시 중이다.

전시장 한쪽 공간에서는 작가가 선택한 일상 사물인 ‘비누’ 연작을 향기로운 비누 향기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부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에서는 작품 속 피사체인 작가의 수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대중매체와의 협업 작품, 소설가 한강, 배우 안성기, 김지훈 등 그동안 촬영했던 예술인들의 인물 초상 작품도 선별해 선보인다.

이와 함께 구본창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 미술사학자 이필, 사진작가 김수강의 인터뷰를 담은 미니 다큐 영상도 전시 기간 상영될 예정이다.

구본창 작가는 “인간과 사물이 얽혀 역사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조그만 사물 하나라도 사람의 끊임없는 손길을 거치며 어떤 형태를 지니게 된다”며 “이번 전시는 주요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사물’ 연작에 집중했다. 특히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작품이 많다. 그 속에 존재하는 한국성과 아시아적 정서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30일까지.

/글·사진=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