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탑승객 전원 사망 추정” 발표에 유가족들 대성통곡 전남소방, 무안공항서 브리핑…창 밖 사고현장 보며 오열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분향소 오늘 정오께부터 운영 시작 특별취재반=안재영 기자

2024년 12월 29일(일) 20:25

종이짝 처럼 구겨진 항공기 잔해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종이짝 처럼 구겨지고 찢겨진 항공기 잔해에서 소방 당국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특별취재반=김애리 기자

“우리 엄마 어떡해 오빠….”

29일 오후 12시22분께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3층 관리실. 전남도소방본부가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오던 제주항공 7C2216편 탑승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던 중 ‘탑승객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전 9시3분께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탑승객 가족들은 이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내 가족이 탑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탑승객 명단을 확인하던 이들은 식구들의 이름을 보고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상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달라는 탑승객 가족들의 잇따른 요청에 제주항공 측은 “잠시 기다려 달라”며 대기소 성격의 관리실로 이동을 안내했다.

그러나 관리실에서도 별다른 소식이 전해져 오지 않자 가족들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파악 중이다”, “소관이 아니다” 등 제주항공 측의 답변에 일부 탑승객 가족들은 격양된 반응을 보이며 공식 브리핑을 요청했다.

이에 전남도소방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대략적인 사고 경위와 수습 상황 등을 안내했다. 하지만 생존자를 찾기 힘들다는 비보에 탑승객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유가족 중 한 여성이 “우리 엄마 어떡하냐”고 울먹이자 오빠가 손을 잡아주며 다독였으나 눈가에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다른 가족은 “모습이라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방본부가 난색을 표하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쏟아냈다.

브리핑 후 가족들은 다른 식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하거나 비통한 표정으로 대기실을 지켰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를 넘어서도 소방당국 등에서 이렇다 할 후속 조치 사항을 내놓지 않자 탑승객 가족들은 대표단을 구성하고 ‘현장 방문’을 요구했다. 또 당국에 수습 진행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이 보이는 공항 바깥으로 이동한 일부 탑승객 가족들은 꼬리 부분만 남은 항공기를 보고선 또 한 번 눈물을 터뜨렸다.

앞서 무안공항 활주로 사고 지점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비행기 동체 안에서 찾은 승객 시신을 활주로에 임시 마련된 대기장소로 옮겼고, 119구급차와 전남지역 병원·보건소 차량은 공항 인근 도로와 활주로를 가로지르며 긴급 이동했다.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22명은 공항 격납고 옆에 마련된 임시 영안실로 이송됐다.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과 광주·전남 소방대원 등 100여명은 공항 담장 외부로 300m가량 펼쳐진 갈대밭에서 하루 종일 수색 작업을 펼쳤다.

탑승객 가족들은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들여보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인 탓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하기도 했다.

무안공항과 인접한 무안스포츠파크에서는 이날 오후 4시께 합동 분향소 설치가 한창이었다.

무안군 공무원 등은 체육관 내부 청소 후 단상을 설치하고 있었다. 이들은 “30일 정오 이후부터 합동 분향소가 정식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탑승객 가족 중 일부는 사고 현장을 뒤로 하고 이곳을 찾아 슬픔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특별취재반=안재영 기자